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유명한 말처럼, 총칼을 앞세워 권력을 차지하려는 처절한 전쟁은 지금도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계속되고 있다.반면 민주주의는 총칼을 투표용지로 바꿔 놓았고, 피 흘리지 않고 권력의 향방이 결정되도록 했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 총칼 없이 벌이는 전쟁! 총칼로 인명을 살상하지는 않지만 표 하나로 수십, 수백만 명의 삶을 좌지우지 한다.어떻게 보면 전쟁보다 더 치열하고 추악하며,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다수의 표를 잡기 위한 출마자와 그 뒤를 떠받치는 추종자들의 행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공정해야할 선거에서 이기적인 욕망, 야만성, 폭력성에 의해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 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네거티브 캠페인이 포지티브 캠페인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더 효과적인 까닭은 자명하다.그것은 유권자가 네거티브 캠페인에 더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에 더 솔깃한다.'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과 통하는 심리다. 이는 인간의 본성과도 연결된다.유권자가 비방 선전에 끌리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공격본능을 대리 배출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또 인간의 기억력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더 선호한다.예컨대 꽃의 이름은 잊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달궈진 난로가 뜨겁다는 것은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한다.네거티브 캠페인은 유권자의 바로 그런 점을 노린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국민이 대선후보들에게 바라는 것은 건전한 정책 대결이지 결코 네거티브 캠페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그러나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미국의 역대 대선을 분석한 조지아주 케네소 주립대학 스윈트(Swint) 교수는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저서에서 “국민은 네거티브 캠페인을 사랑한다”고 결론지었다.사람은 드라마와 가십거리를 좋아하는데, 선거는 이러한 두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어떤 선거도 피할 수 없는 선거의 중요한 부분이다.우리가 선거 때마다 외치는 “정책 중심의 경쟁을 해라”,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해라”는 식의 규범적 요구가 비현실적인 공염불이라는 생각까지 갖게 된다.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네거티브 캠페인은 그 대상이 되는 후보의 잠재적 지지층 가운데 정파적인 연계감이 약한 유권자들을 이탈 시키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반면 네거티브 캠페인이 정치 불신이나 혐오감을 높임으로써 정치적 관심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투표 불참을 이끌었다는 주장은 경험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국민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같은 효과라면 적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어느 유권자가 보장에 대한 믿음도 없는 정책들을 힘들게 비교 분석해 더 나은 후보에게 투표하더라도 그의 한 표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합리적 유권자는 노력이 필요 없는 네거티브에 귀를 기울인다.또 우리 지역의 핫이슈인 세종시 문제만 보더라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은 어차피 비방에 대한 신뢰도보다도 못하다.오늘도 많은 유권자들은 신뢰성 없는 정책보다는 네거티브에 귀를 기울인다. 그게 유권자의 본성인 것이다.네거티브 캠페인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거짓이거나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비방과 후보검증을 위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이 현실적으로 선거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 속에서 어떻게 정확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즉, 유권자 자신도 네거티브 캠페인의 치명적 유혹에 넘어갈 수 있는 어수룩한 본능의 소유자라는 점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태(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연구소 전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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