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솔더링로봇 국산화 성공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전도유망하다는 평가는 비교우위, 즉 성공 가능성을 의미한다. 열정과 뚝심을 양분 삼는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법이다. 대전시가 매년 지정·관리하는 유망중소기업이 그렇다. 굴곡과 역경을 딛고 내일의 블루칩을 꿈꾸는 대전 유망중소기업. 그들의 현재 진행형 성장기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훌륭한 교과서이자 잘 사는 도시 대전의 씨알 굵은 동력이다. ‘2015년 선정 대전 유망중소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16. ㈜비엠웍스
작은 세상에 있을 때는 자신이 최고인 줄 알기 십상이다.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막상 넓은 세계로 나와 보면 자신 있었던 분야만 가지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금세 깨닫는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냥 포기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거나 부족한 분야를 자신이 직접 배워 살아남는 것 중 선택해야 한다. 배광식(47) ㈜비엠웍스 대표는 갈림길에서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포기하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분야를 배우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에게 힘이 될 만한 조력자와 손을 잡았다. 사업에서 동업은 정말 큰 위험이라고 하지만 그는 의심의 눈초리를 모두 지워버렸다.

◆수많은 이직 후 창업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초·중·고교와 대학교까지 다닌 배 대표는 대부분의 창업자와는 달리 회사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20년 가까이 전자제품 관련 회사에 다녔던 그는 전자제품 양산에 있어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직장에서 살아남을 기술을 갖고 있었으니 처음엔 창업의 꿈은 없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 다녔던 회사는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지역에서 막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던 유망한 회사였다. 하지만 회사생활이 길어질수록 그가 느꼈던 감정은 보람이 아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뿐이었다. 여기에 잦은 회식으로 인한 피로감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를 괴롭혔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9년이나 버티긴 했지만 그의 심신은 지쳤고 결국 같은 계열의 조금 더 큰 회사로 이직했다. 전 회사보단 근무환경은 좋았지만 같은 스트레스가 그를 다시 찾아왔고 5년을 다니다 이직을 결정했다. ‘이번엔 괜찮겠지’하는 마음에 그가 다녔던 회사만 5군데나 됐단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치열한 경쟁을 매일 해야 하는 조직문화는 그에게 있어서 영 적응하기 힘들었다. 마지막 회사를 다닐 때 배 대표는 ‘이렇게 힘들게 스트레스받는 것보단 차라리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 보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고 지난 2001년 지인의 설득으로 사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전자제품 회사에 다녔고 제품양산에 자신있었던 만큼 익숙한 종목을 택했다. 하지만 탄탄한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탓일까. 사업은 크게 확장되진 않았다. 연구개발 분야가 문제였다. 이에 연구개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느낀 그는 관련 분야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지인과 공동대표 형식의 법인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사무실은 현재 위치한 대전 목원대 산학협력단에 차렸다. ㈜비엠웍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기술개발에 뛰어난 공동대표를 연구소장으로 임명하고 자신은 제품양산에 주력했다. 사업 초창기치고는 나름 성적도 괜찮았다. 연매출 2억 원을 기록했고 이 정도 성장세라면 시장에서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심 안도했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기업환경
하지만 배 대표가 생각했던 만큼 주변 환경은 긍정적이지 못했다. 연일 금리가 떨어졌고 중국의 가파른 성장률도 한풀 꺾여 국내 경기 역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수주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자금력에도 서서히 한계가 오고 있었다. 하루빨리 수익을 내야 했지만 제품개발에서 공정, 양산화까지의 기간은 너무 길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설계 관련 등 사업과는 무관한 하청을 직접 찾아내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와 사업을 통해 약간의 수익이 생기면 다시 제품 연구개발에 착수하는 등 그야말로 생계형 기업으로 비엠웍스를 경영했다.

비엠웍스 2년 차에 특히나 자금압박이 심했다고 했다. 은행권에서 벤처기업 인증으로 대출을 받았지만 이내 동이 났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들을 방문해 추가로 ‘총알’을 확보했다.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이럴 때마다 배 대표는 연구개발을 더욱 지원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제조업의 생명은 뛰어난 품질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꾸준한 연구개발 끝에 결국 비엠웍스는 일을 내고야 말았다. 국산 기술로 된 레이저솔더링로봇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레이저솔더링로봇은 아주 미세한 납땜 기술이 필요한 반도체 개발 등에 필수적인 로봇기술로 이때까지만 해도 유럽이 선도하고 있었다. 국내에선 레이저 기본 모듈을 독일 등에서 수입해 국내 기술을 살짝 입히는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지만 비엠웍스는 순수 국내기술로만 개발에 성공했다.

“창업 2년차에 자금 압박이 말도 아니었습니다.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이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니 말입니다. 아르바이트와 사업을 통해 수익이 나면 다시 R&D에 착수하는 식으로 경영했습니다. 다행스럽게 레이저솔더링로봇 개발에 성공하면서 자금 사정이 조금 나아질 수 있었죠.”

여전히 자금 압박은 있지만 예전보단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1명에 불과했던 직원을 점차 늘렸고 현재는 6명의 직원과 함께 비엠웍스를 이끌어 가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다. 제조업은 기술로 승부해야
큰 어려움을 넘기면서 배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기로 했고 최근 정부의 전국 단위 지원사업을 통해 최근 야간투시경과 레이저빔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야간투시경의 경우 광주지역사업평가단의 지원을 받아 ‘저가·저전력 근적외선레이저 펄스 조명 및 야간감시 시스템’이란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고, 레이저빔은 대전지역사업평가단의 지원 아래 ‘레이저 라인빔을 이용한 도전성 필름의 접학공정 및 로봇 개발’이란 이름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앞서 또 다른 지원사업까지 총 3개의 사업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이를 발판으로 국방산업 쪽으로의 진출을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다.

초음파 관련 기술개발도 한창인데 벌써부터 많은 사업체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시험가동 중으로, 시험이 종료되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노릴 작정이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명의 영업사원 없이 비엠웍스의 기술력만을 갖고 이뤄낸 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엠웍스의 제품은 시장에서 꽤나 입소문이 자자하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순항 중입니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앞두고 있는 초음파 기술 역시 긍정적인 상황으로 테스트가 약 1년 정도 진행될 예정인데 조금 빨리 완료됐으면 하는 조바심을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하죠. 초창기에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발전입니다. 연구소장님이 너무 고생을 해주셨어요.”

지난해엔 연매출 11억 원을 돌파하는 등 사업이 확장되면서 이제는 기술자가 아닌 경영자라고 불려도 되지만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비엠웍스가 이 자리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힘이 아니었다고 겸손해 한다.

“사실 저 혼자 때문에 이 자리까지 비엠웍스가 성장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사업 아이템을 자신 있었던 분야로 정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초창기부터 도와주신 연구소장님과 직원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동대표 구조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을 도와줄 능력이 있다면 당당히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합니다. 그런 인물은 분명 주변에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하죠.”

위기가 닥쳤을 때, 사업을 더 확장하려 했을 때 얄팍한 수보단 언제나 정면돌파를 택하는 배 대표의 앞에 또다시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하지만 배 대표는 우직하게 앞을 보며 당당하게 걸어갈 것이다. 자신을 도와준 이와 함께 말이다.

글=김현호·사진=신성룡 기자 khh0303@ggilbo.com

◆㈜비엠웍스(bmworks.co.kr)는
비엠웍스는 지난 2012년 설립된 금속압형제품 제조업을 하는 기업으로 같은 해 10월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 이듬해 5월엔 비엠웍스의 핵심인 레이저솔더링로봇을 개발했고 6월엔 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며 공장을 등록했다. 2014년 2월 한국소프트웨어 산업협회의 소프트웨어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6월엔 중소기업청의 PostBI기업에 선정됐다. 지난해 10월 대전시의 유망중소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12월엔 경영혁신중소기업메인비즈를 획득한 될성부른 기업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