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이 엉뚱한 곳으로 전개되고 있다. 성주군에 사드 기지가 배치된다는 결정은 지난 13일 이루어졌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는 결정은 8일 발표됐다. 사드 배치 결과 발표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국방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성주군민은 분노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설명하려던 황교완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성난 성주군민들에 의해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사드 배치 가능성이 첫 언급된 이후 실제 배치 결정이 이루어진 지난 7월 8일까지 국민은 감쪽 같이 속았다. 국익과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가 과연 타당했는지의 논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총리 일행을 감금한 성주군민의 폭력이 부각됐다. 외부세력 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사드 배치 논란이 확산될수록 궁지에 몰리는 건 정부다. 당초 한반도 안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논리는 성주 지역으로 사드 기지가 결정되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유효 사거리가 200km에 이르지만 인구의 절반이 밀집해 있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방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평택과 군산 미군 기지 방어용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부추긴 것도 정부다. 국민들, 특히 성주군민들 입장에서 사드 기지의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안보를 떠나 당장의 생존권의 문제이다. 과학적 검증을 통해 유해성 논란을 잠재워도 모자를 판에 몸소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검증하겠다는 국방장관과 기지 앞에서 성주참외를 먹겠다는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의 발상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성주를 지키고 살아온 주민들의 심정을 짓밟는 발언이다.

한술 더 떠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 인식은 아연실색게 한다.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 이후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몽골로 떠났다. 사회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해외 순방을 떠난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대통령은 역시나 부재중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박근혜 정권의 소통부재다.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정부 행태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이번 사드 배치 논란 과정 역시 정부의 소통부재는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보안에 신경 써야 했다 하더라도 2년 동안 국민을 속인 정부의 행태를 이해하긴 어렵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도, 설명도 없었다. 반발이 뻔한 부지 선정 과정 역시 ‘외부세력 개입’이라는 말도 안 되는 괴변을 늘어놓고 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유발하는 당사자는 외부세력이 아닌 정부 스스로다. 십수 년을 살아온 주민을 외부세력으로 둔갑시키고, 농민의 이익을 대변했던 성주 농민들을 분열세력으로 규정했다. 정부 정책은 모두 옳고, 이를 반대하면 불순세력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소통 방식은 국민을 사지로 내몰 뿐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하는 지역에서조차 등돌리고 있겠는가.

사드 배치 논란은 성주군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논란의 본질이 외부세력의 개입에 있지도 않다. 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을 떠나 국가와 국민의 소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문제의 해결 방법도 없다.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벼랑끝으로 달리는 박근혜 정부의 불통이 대한민국을 분열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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