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와 한나라의 멸망⑪

“망측하옵나이다. 대왕마마.”

술을 따르던 궁녀가 얼굴을 붉히며 애교를 떨었다. 무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떨어뜨리고 있었다.

더욱 취한 한 왕은 술자리에서 궁녀를 안고 뒤로 벌렁 누웠다.

천성이 낭만적이고 놀기를 좋아했던 한 왕인지라 누가 옆에 있다고 해서 업음질을 마다할 위인이 아니었다.

한 왕은 곧바로 궁녀의 치마폭을 걷어 올리고 기어들었다.

“대왕마마. 아니 되옵나이다.”

궁녀는 걷혀 올라간 치마를 내리려 안간힘을 썼다.

“어허. 어찌 과인의 마음을 이리도 모른단 말이냐.”

한 왕이 묵직한 어투로 궁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궁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볼을 붉히며 승상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리 궁녀라지만 승상과 무희가 보는 앞에서 치마를 걷어 올려 속살을 드러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못 이기는 척 치마폭을 내렸다.

하지만 한 왕은 개의치 않았다. 순식간에 옷도 벗기지 않고 그녀를 걸터타고 있었다. 궁녀는 허연 종아리를 드러내고 버선발로 허공을 향해 버둥발을 치며 앙탈부리는 시늉을 했다. 한왕이 자신을 걸터타고 있었던지라 강력하게 반항할 수도 없었다. 민망한 모습이었다.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가운데 한 왕은 일을 치르고 있었다.

눈앞에서 뜨거운 장면을 보게 된 승상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게다가 그 풍경이 지엄하신 군왕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아니던가.

“아니 승상. 어디 가려는 거요. 과인이 승상의 업음질을 보고 싶다 하질 않았소.”

한 왕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승상은 어쩌지 못하고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어찌 신하가 임금과 함께…….”

“왕명을 거역할 셈이요?”

난처하기 이를 데 없었다. 왕명을 따르자니 신하로서의 도리가 아니고 또 신하의 도리를 지키자니 왕명을 어기게 되고 진퇴유곡이었다.

어찌하랴. 왕명을 따라야 함이 신하로서 도리가 아닌가.

승상은 못 이기는 척 무희를 품속으로 당겼다.

그녀도 얼굴을 붉히며 약간의 저항을 하는 듯하다 승상을 받아들였다.

황촛불이 밝게 타오르는 같은 공간에서 남녀가 뒤섞여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겠는가. 무희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도리어 무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승상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한 왕은 이미 저만치에서 가파른 능선을 따라 오르고 있었다. 계곡을 건너고 숲을 지나 울퉁불퉁 불거진 바위 무덤을 차올리고 있었다. 숨이 턱에 걸렸다. 잠시 쉬어 가고 싶었지만 마음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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