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의회가 점점 더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상생과 소통은 고사하고 동료에 대한 배려의식이나 의원 간 존중, 합의정신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언제까지 극한 대립 속에 ‘내 멋대로 간다’를 외칠 건지 안타깝다 못해 측은하다.

공주시의회는 지난 29일 제183회 제1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에서 공주시가 상정한 겨울철 공주알밤축제 예산 3억 원 전액을 삭감했다. 공주시의회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의정사에서 보기 드문 해괴한 일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광역의회에서도 아주 보기 드문 일이거니와 기초의회에서는 거의 전무후무한 일이 기어이 벌어졌다.

직전 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합의로 통과된 예산이 바로 뒤집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날 10명의 의원이 합의에 의해 결정한 일을 4명의 의원의 수정발의로 뒤집은 것. 더구나 예결특위위원장은 본인들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이들은 수정안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없고, 주행사장 위치와 행사규모 등 축제계획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삭감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 밤 연합회 또는 밤 생산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반대인지, 집행부의 발목을 잡기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닌지 말이다.

밤은 공주시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특히 군밤은 겨울철 간식으로 첫 손가락에 꼽는다. 추운 겨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즐기는 군밤은 공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군밤은 일반적으로 상품화하기 어려운 밤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밤을 생산하는 농가들에게 비수기인 겨울철에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이를 앞뒤 재보지 않고 싹둑 잘랐으니, 지역 밤 생산농가들의 거센 역풍을 맞는 것은 당연하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또한 이번 졸속처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 일변도의 무기력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날도 본회의장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불참해 어떤 이견도, 논의도 없이 일사천리로 삭감 수정안이 가결 처리됐다.

이러니 의회 꼴이 우습다는 조롱을 듣는 거다. 총체적 난맥이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주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초심은 오간데 없고 오직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욕심과 정쟁만 앞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시민단체까지 나서 대화와 타협을 종용했지만, 막무가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렇게까지 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묻고 싶다.

정녕 공주시의 주인인 시민을 위한 정치를 포기할 것인지. 의회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갈등과 파행을 거듭하는 ‘식물의회’를 향해 차라리 해산하라는 시민적 분노를 허투루 듣질 않았으면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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