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소음진동 전문기업

김영민 (주)에스엠인스트루먼트 기술연구소장.

“가슴 뛰는 일을 하며 항상 한계를 시도하며 살고 싶다”는 기술자가 있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기술에 대한 열망이 그를 움직이고 꿈꾸게 한다.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없는 높은 목표기에 당연히 그 여정은 길고 고되다. 포기하면 편할 것이라는 유혹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땀 없는 달콤함은 없다고 믿는 그는 도전과 열정을 지닌 채 우직하게 나아간다. 그 주인공은 김영민 ㈜에스엠인스트루먼트 기술연구소장.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세계 최초의 휴대용 음향카메라는 그를 믿어주는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열정의 산물이다.

 

◆16비트 컴퓨터와의 만남…소년 프로그래밍 세계로 이끌다
김 소장은 유년시절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플로피 디스크 부팅을 하는 16비트 컴퓨터와의 첫 만남은 그를 프로그래밍의 세계로 이끌었다. 286, 386, 486 컴퓨터의 발전을 머금고 김 소장의 꿈도 커져갔다. 그의 꿈은 성인이 돼서도 여전했다. 김 소장은 “대학에서 동아리에 가입해 윈도 기반 프로그래밍과 제어/통신 관련 분야에 다양한 분야에 경험과 견문을 넓혀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항공 관련 분야의 회사에 취업하게 됐고 국내 최초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의 ATE (Automatic Test Equipment)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고 말한다.

항공 분야 기업에서 일하며 맡게 된 프로젝트를 통해 김 소장은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경험했다. 난관은 있었지만 지치지 않는 배움의 열정이 그를 발전하게 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존의 텍스트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National Instruments(NI)사의 LabVIEW라는) 그래픽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접하게 됐습니다. 다년간 텍스트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다가 새로운 언어를 접하니 큰 흥미가 생겼으나 국내에 활성화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배우는 데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3년 NI에서 LabVIEW 사용자 커뮤니티인 MyLabVIEW를 개설했고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와 관련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MyLabVIEW 커뮤니티 내 블로그를 만들었고 많은 활동을 하면서 프로그래밍 기술을 공유하며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게 됐습니다.”

◆좌절 겪은 기술자에게 내민 손… 비관 딛고 긍정 꿈꾸다
누구에게나 실패는 찾아온다. 성공은,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나기 마련이다. 김 소장은 지난 2007년경 직장생활을 마무리 짓고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실패의 쓴맛을 봤다. “회사를 나와 지인과 사업에 손을 댔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습니다. 결국 사업 실패라는 쓴잔을 마셔야 했죠.”

불행한 일은 겹친다고 했던가. 그 무렵 아이들이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김 소장에게 불운이 겹쳤던 시기, 그를 애타게 찾는 한 사람이 있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김영기 대표였다. 당시 김 대표는 ‘김 소장이 개설한 MyLabVIEW 커뮤니티 내 블로그 가입 수가 5000명까지 늘어났던 점’등을 눈여겨봤고 그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대표는 김 소장을 영입하고자 매일같이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연락은 쉽사리 이뤄지지 못했다.

김 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시기 저희 아이들이 폐렴에 걸려 두 달 동안 병원에 있느라 김 대표의 연락을 못받았습니다. 연락을 받지 않으면 연락이 안 오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참여를 머뭇거린 이유는 기술만 가지고는, 프로젝트 능력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대표의 연락과 설득에, 김 소장은 ‘한계’라고 규정짓던 편견이 조금씩 녹아내렸다고 했다. “계속 연락이 와 대표를 만나게 됐고, 이야기를 나눈 후 대표님의 기업 마인드가 너무 좋아 함께하게 됐습니다.”

김 소장이 일하게 된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지난 2006년 세계적인 소음진동 전문 기업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였다. 그는 회사의 기술진으로 참여해 특별한 개발에 동참했다.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휴대용 장치 개발에 나선 것이다. 쉽지 않은 목표였기에 장고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포기 않는 기술개발 열정은 마침내 성공의 결실을 맺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개발 사업 7년 만에 세계 최초로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출시했다. 또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제품을 판매했고 토요타, BMW, 볼보, 폭스바겐, 포드, 랜드로버 등의 해외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은 자율적 창의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곳”
기술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다. “신기술 개발 때마다 여러 방면으로 기술자료나 내부 스터디를 진행을 하는데 어려운 학문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접근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발생하면 김영기 대표님께서 직접 기술을 같이 검토해 주셔서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시거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정확히 조언을 해 주시고 그래도 안 될 경우에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 내부 강연 및 기술 개발 지원을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극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관계의 대표와 연구소장이라면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기술 발전의 토대 속에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대전시 유망중소기업으로 우뚝섰다. 김 소장에게 그 의미는 남달랐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가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는 것은 기술력이 우수하고 앞으로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확인 받은 셈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매출 증대, 투자, 고용창출을 이뤄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에스엠인스트루먼트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유망중소기업으로 대전시에 바라는 점은 없을까. 김 소장은 시의 기술개발지원 사업 예산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 지원사업에 참가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휴대용 음향카메라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중소기업청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기술개발지원 사업 도움을 받은 덕분입니다. 대전시에서 ㈜에스엠인스트루먼트와 같이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술개발지원 사업 예산을 더욱 많이 늘리고 각 기업들이 실패의 부담을 갖지 않고 도전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제공하면 잠재적인 능력이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을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김 소장은 청춘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도 마찬가지겠지만 중소기업의 문은 항상 열려있고 젊은 패기와 열정이 있는 분이라도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대기업이라는 간판과 월급에 얽매여 본인들이 갖고 있는 꿈을 버리고 사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의 조건을 따지지 말고 중, 고,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꿈꾸던 일들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소기업은 자율적 창의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장기적으로 희망찬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갈수 있다는 걸 많은 젊은이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취업 빙하기에 산다는 요즘 젊은이들이 한 번쯤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조언이자 꿈꾸는 중소기업의 애환으로 울렸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디지털 멤즈 마이크로폰 및 임베디드 시스템 기반의 실시간 휴대형 음향카메라. ㈜에스엠인스트투먼트 제공
㈜에스엠인스트루먼트(http://www.smins.co.kr/)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소음진동 전문기업으로 ‘소음진동 측정에서의 혁신의 전파’를 모토로 항상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 생산제품은 사람들이 귀로 듣던 소음정보를 시각적으로 가시화하는 장비인 음향카메라, 풍력발전기 상태감시시스템, 양산검사 소음진동 검사장비가 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고가의 기존 수입장비의 조합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신규 계측장비를 개발 및 제조, 공급을 수행하는 것이 주요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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