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를 접수하다⑨

그러나 조나라는 진의 보복이 두려워 감히 그를 받아줄 수 없었다. 초회왕은 하는 수 없이 위나라로 발길을 돌렸지만 진소양왕이 보낸 군사들에게 잡혀 다시 함양성으로 압송되었다. 결국 초회왕은 속앓이를 하다 화병을 얻어 그곳에서 죽고 말았다.

초회왕이 납치 된지 21년이 지난 후 진나라는 초를 수차 공격하여 수도 영(?)을 점령하는 등 초나라의 세력을 끊임없이 약화시켜왔다.

진왕은 한때 연나라를 정벌하던 군사들을 왕분이 이끄는 군대에 통합시켜 초를 공격, 10개의 성을 얻은 적도 있었다.

때문에 진왕은 초나라의 침공에 단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진왕은 부자지간에 충성을 다해 조나라와 위나라를 멸망시킨 장수 왕전을 유독 믿음직스럽게 보고 있었다. 따라서 그를 불러 후하게 상을 내리고 이번에는 초나라를 치기로 결심했다.

“장군, 초나라를 치려면 얼마의 군사가 필요할 것 같소?”

진왕이 여러 장수들 가운데 왕전에게 물었다.

노장군은 한참 뒤 무겁게 입을 열었다.

“초나라는 그 세력이 많이 약화되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버틸 힘이 있는 나라이옵나이다. 때문에 소신의 생각으로는 60만 대군은 있어야 할 듯싶사옵니다.”

늙은 왕전은 그 필요성을 간략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있던 장수 이신(李信)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전하 초나라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사옵니다. 저에게 20만의 군사만 주신다면 단참에 초나라를 멸하고 왕의 수급을 거두어 오겠나이다.”

진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판단으로는 이신의 말이 옳았다. 초나라는 생각만큼 강하지 않기에 60만 대군을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왕전이 대군을 달라는 것으로 미루어 그의 판단이 흐려지고 있다고 여겼다.

게다가 이신은 젊고 패기가 있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60만 대군이 필요하지는 않을 듯싶소. 왕전장군 이번에는 이신장군에게 병사를 주어 초를 멸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편일 듯싶소.”

“대왕마마의 뜻이 그러시다면 그리 하는 것이 좋겠나이다.”

왕전은 두말 않고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자 조용히 말했다.

“대왕마마 이 몸도 평생 전장을 떠돌다보니 이제 늙고 병들었나 보옵니다. 모든 것이 힘에 부치고 기력이 없사옵니다. 황송하옵기 그지없으나 사직하고 고향에 내려가 마지막 생을 정리할까 하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노장군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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