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웨인 드리스 기자 [ESPN 화면 캡처=연합뉴스]
미국 소년 웨인 드리스는 아버지를 따라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를 열렬히 응원했다. 컵스는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인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고 했다.
 
컵스에 미친 소년은 어른이 돼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야구 담당 기자가 됐다.
드리스가 나이 마흔이 된 2016년, 컵스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정규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어쩌면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누구보다 흥분에 사로잡혀 있던 드리스는 포스트시즌 개막 직전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대동맥에 이상이 있어 1~2개월 안에 심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의사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한결같이 '곧바로 수술하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거부했다. 그는 의료진에게 짧게 대답했다.
 
  "월드시리즈 끝나면 받을게요."
당초 그는 포스트시즌 기간 컵스를 현장 취재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병가를 냈고, 아내와 딸들에 둘러싸여 집안 소파에 앉아 순수한 팬으로서 컵스 경기를 챙겨봤다.
딸은 전부터 자신한테 "아빠는 왜 잘하지도 못하는 컵스를 응원하는 거야?"라고 묻곤 했다.
 
그때마다 드리스는 "사람 마음이 쉽게 변하면 안 된단다. 오래 기다린 만큼 우승하면 더 기쁘지 않겠니?"라고 답했다.
 
드리스는 6일(이하 한국시간) ESPN에 컵스 우승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연장 10회말)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마이클 마르티네스의) 내야 땅볼을 잡아 1루수 앤서니 리조한테 던진 순간, 옆에 있던 딸을 있는 힘껏 껴안고 속삭였다. '아빠가 이래서 평생 응원했던 거란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월드시리즈 우승' 감격을 맛본 드리스는 오는 8일 수술대에 오른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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