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의회 갈등 막장…성난 시민들 거리로

후안무치(厚顔無恥).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우리말에도 ‘얼굴이 두껍다’는 표현이 있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하찮은 벼룩도 양심이 있어 창피하고 미안한 것을 아는데,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벼룩만도 못한 인간이 아니지 싶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의회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참 나쁜 대통령’, ‘참 나쁜 의원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대의를 저버리고 제 구실을 못한다면 끌어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공주시의회의 갈등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그 꼴이 우습다 못해 괴이하기까지 하다. 너덜너덜 창피스럽다.

예산결산특별위를 통과한 사안을 본회의에서 수정 발의하는 아주 이례적인 사태가 지난 8월 2회 추경에 이어 3회 추경에서도 또다시 반복되면서 극한의 대립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도 있는 토론과 협의를 거친 사안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으니 합의정신과 의회절차에 따른 민주주의 원칙은 눈곱만큼도 없는 셈이다. 뚜렷한 이유도 없고,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으면서 정회만 반복하고 있으니 참으로 보기 딱하다.

지역구 예산 삭감으로 모 의원이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찬반 표 대결이 동수가 나올 것을 우려한 정회라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다. 누구를 위한 의회냐는 비난이 봇물을 이루는 와중에,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라는 시민적 공분 속에서도 정신 줄을 놓고 있으니 말이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시민 혈세를 어떻게 하면 더 유용하게 쓸까를 고민하는 것으로 봐 달라”는 김영미 임시의장의 말도, “충분한 토의 없이 통과한 예산을 문제 삼은 것으로,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 견제하자는 게 뭐가 잘못이냐”는 김동일 의원의 말도 설득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들의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대화의 물꼬를 터야한다. 의회 내 민주주의 원칙도 바로 세워야 한다. 대화 창구가 닫혀 있고, 의회 민주주의 원칙이 수시로 흔들린다면 지금과 같은 파행과 갈등은 치유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금 공주시의회의 모습은 독불장군(獨不將軍) 식이다.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혼자 잘난 체하며 뽐내다가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 대화만 잘해도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이게 의회냐?”, “이러려고 의원 되셨습니까?”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내뱉는 한상규 의원의 한마디를 쉽게 지나치기 힘든 이유다.

시민들의 목소리도 예사로 들을 일이 아니다. 막장으로 치닫는 공주시의회의 꼴사나운 모습에 결국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규탄집회를 열기로 했다. 무려 30개 시민단체가 나서 의회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더 이상 파행을 거듭한다면 공주시의회는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직무유기에 대한 검찰 고발은 물론 주민소환청구, 세비반납 촉구 서명운동 및 소송, 낙천 낙선운동 등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공주시의회가 더 이상 추해지지 않으려면,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너절한 ‘네 탓 공방’을 내려놓고 스스로 반성의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다.

잘못을 범하고도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한 그들에게, 시민 대표로 완장을 찼으면서도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단물만 빼먹는 그들에게 시민의 이름으로 이목지신(移木之信)의 지혜를 가르칠 때가 됐다.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차기 의회에 좋은 귀감이 되는 선배로서 선각자로서의 비장한 각오를 되새겼으면 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로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라는 뜻으로, 백범 김구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읊조렸던 시 구절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