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속에서 새해 예산안 협상이 오히려 순풍을 타며 타결됐다.

막판 진통을 겪기는 했으나 법정처리 시한인 2일에 맞춰 예산안 편성의 주체인 여·야·정이 쟁점현안을 놓고 극적 대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4·13 총선이후 등장한 '여소야대' 지형과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위기로 인해 예산안 심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던 애초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증세 전쟁'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로 국회 심사 전까지만 해도 준예산 편성 우려까지 나왔던 상황과는 확연히 달라진 결과다.

이는 그만큼 국정마비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적 불안감을 조속히 불식시켜야 한다는 국회 차원의 위기의식이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위기 속에서 민생을 챙기는데 가장 중요한 '밑천'이 되는 예산안을 조기에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국정책임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마저 촛불민심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최대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편성의 경우 여야 3당이 막판 합의한 사안에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여야가 정부를 협공하는 이례적 현상까지 등장했다.

여기에는 정국 자체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에 파묻히면서 상대적으로 예산안에 대한 정치적 관심도가 낮아진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정치적 사안과 연결지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던 예산안 대치정국을 이번에는 피할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대통령이 합의 사항을 깨는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국 변화로 국회가 자율적으로 협상하게 돼 원활하게 타협이 이뤄졌다"면서 "앞으로 정부와 국회 관계가 새롭게 정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 타결은 큰 틀에서 여당과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야당의 주장대로 수용하고, 야당은 여당과 정부가 반대해온 법인세 인상을 철회한데 따른 '윈-윈'의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누리과정 예산은 야당과 지방교육청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중앙정부 부담이 법제화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절반 정도를 일반회계에서 전입하는 쪽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이로써 여야와 정부, 지방교육청 간에 줄기차게 대립을 불러오던 '뇌관'이 일단 제거된 셈이지만 추후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이 집요하게 추진해온 법인세 인상은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의 세부담을 늘리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추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이라는 정치일정도 변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목할 대목은 야당의 요구대로 소득세 최고 세율구간이 신설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일관되게 유지돼온 '증세없는 복지' 원칙이 깨진 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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