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최근 일부 언론이 다수의 보수층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정 인사들을 필자로 내세워 오늘의 정국혼란 사태가 마치 퇴행적 낡은 보수층의 사고(思考) 때문에 기인된 것처럼 매도했다. ‘보수여 죽어라…’, 또는 ‘참으로 많은 죽음이 요구되고, 하루라도 빨리 그 실현이 앞당겨지기를…’ 등 보수층을 향해 섬뜩한 저주를 쏟아냈다. 6·25 남침전쟁 후 초토화된 땅 위에 국력을 세계 경제강국 반열에까지 올려놓은 게 기성세대 보수들이다. 보수층이 일궈놓은 업적을 가로채려는 진보좌파 측의 속내를 언론이 대변하고 나선 것인가? 아니면 언론 스스로가 ‘좌파적 진보’의 본색을 드러낸 것인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보수(保守)로 상징되는 우파와, 진보(進步)로 상징되는 좌파 간의 갈등이 양극화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 민감한 시기에 헐벗고 굶주림 참아가며 문명과 풍요를 일구어낸 애국세대들의 반공의식, 호국의식을 ‘보수’라는 이름으로 싸잡아 힐난한 것은 정치 잘못으로 분열된 국민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것이다. 오히려 보수층이 쌓아놓은 국력조차도 제대로 지켜낼 수 없는 진보들의 비열함과 무능함만 드러낸 꼴이다. 보수층 어느 누구도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또 진보를 거부하는 보수도 없다. 되레 진짜 진보는 보수들 모두가 지향하는 미래의 가치다. 다만 진보로 위장한 좌파단체가 주장하는 연방정부나 적화통일을 반대하는 것뿐이다.

민주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사회불안, 민심불안, 법치질서 파괴를 선동하는 불순세력들이 진보 구실로 위장하고 있다는 것은 통념화된 사실이다. ‘야권 단일화’라는 미명 하에 대표적 진보단체인 내란음모집단까지 국정단상에 등극시키는 데 앞장섰던 정당이 바로 오늘의 야당이다. 또 좌파정권시절 북한공산독재집단과 국가 현안사항을 내통했던 핵심 참모가 바로 오늘의 제1야당에서 좌지우지하며 좌파 진보단체와 어우러져 있다. 이미 출간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이를 증거하고 있다. 그동안 좌파단체들이 상징적으로 내건 구호는 ‘민주화’였다. 국민들의 반응이 시들해지자, 또 내건 구실이 바로 진보다.

정치, 통치 잘못을 지적하고 반대하는 것은 국민 누구라도 당연하다. 우리는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국가다. 다수의 국민의식은 이미 양심과 민주의식으로 진보돼 있다. 극성스러운 좌파들의 유혹이나 선동에도 흔들림 없는, 그 의지가 바로 진짜 진보정신이다. 진짜 진보의 가치를 훼손하는 세력은 일부 좌파정치인들, 지식인들, 종교인들, 그리고 다수의 언론인들이다. 이젠 대통령의 잘못도 법대로 탄핵을 가결했다. 차후 문제도 법이 정한 대로 따르자는 게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모든 애국보수들의 바람이고 순리다. 천민적 욕망에 들뜬 마녀의 춤판에서 함께 뛰었던 정치판의 광기도 이젠 끝내야 한다.

여당도 야당도 이젠 국가 안정에 정치력을 모아야 한다. 그 길만이 상생의 길이다. 국회의원 중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민주’ 구호로 위장돼온 반국가적 ‘가짜 진보’의 허상부터 내려야 한다. 다소의 금단 현상이 오더라도 국가 안정을 위해 허상은 치워야 한다. 모르는 잘못은 용서될 수 있지만 고의적 잘못은 단죄돼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잘못하는 사람들이나, 공짜 혜택으로 사는 사람들이 큰소리는 더 친다. 원인은 정치 잘못이다. “정치는 국회의원들이 망치고, 경제는 노조가 망치고, 또 국가의 미래는 전교조가 망친다”라는 여론에 공감대가 높다. 모두 정치가 해결해야 될 일들이다.

국가는 지금 존망(存亡)의 위기에 봉착돼 있다. 정치가 이젠 당파 싸움으로 허송세월할 여유가 없다. 여당은 왜 여당이 됐고, 또 야당은 왜 야당이 됐는지를 정치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배신정치, 선동정치에만 몰두하는 기존의 정당 속엔 국민이 선호하는 대통령감이 없다. 진정한 진보세력 등장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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