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탄핵’ 정국에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여·야·정(與·野·政) 협의체가 가동된다. 또 국회에 헌법 개정을 다룰 특별위위원회가 신설된다. 하지만 여야정협의체와 개헌특위 모두 순항을 예고하고 있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사흘 만인 12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여야정협의체 운영, 국회 개헌특위 신설에 전격 합의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여야정협의체의 형식과 참석 대상은 각 당 논의를 거쳐 추후 결정할 예정이며, 실무협의는 3당 정책위 의장과 부총리들이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개헌특위와 관련해선 “기존에 활동해 온 7개 국회 특위 활동기한을 6개월 연장하고, 개헌특위를 신설해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맡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1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개최하기로 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참석시키기로 했다. 이어 별도의 법안 처리와 함께 특위 활동기간 연장 및 개헌특위 신설 등을 다룰 본회의를 29일 오후 2시 열기로 했다.

◆여야정협의체 난항 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여야정협의체 제안은 국정위기 수습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바람직한 구상으로 평가합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충남 공주·부여·청양)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안 전 대표가 탄핵 가결 직후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국정 수습이 중요하다”라며 경제 분야의 여야정협의체 또는 국회·정부 협의체를 제안한 데 따른 화답으로,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국회와 정부가 국정 안정과 민생 안정을 위해 공동 협력하는 국정 운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을 맞아 여야와 정부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단을 지켜보면서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여야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라는 기조인 반면, 민주당은 “만약 박 대통령에 부역하거나 ‘박근혜 정권 2기’를 연상시키는 조치들을 강행하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의 허물을 가리기에만 급급하다가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 공범이며, 대통령 직선제 헌법 하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적극적인 국정 운영을 해선 안 된다”라며 황 권한대행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 포스트 탄핵 정국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정협의체에 대해서도 친박계로 구성된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초 “야당을 믿을 수 없다”라며 제안 자체를 일축했었고, 야권도 “친박계 지도부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라고 맞섰던 터라 여당 지도부 교체 이전에는 협의체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조기 대선과 맞물린 개헌특위 운명은?

전직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 참모 등으로 구성된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장의 함성은 대통령 탄핵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 탄핵도 요구하고 있다. 낡은 체제 전반을 바꾸는 것은 낡은 국정운영시스템을 바꾸는 헌법 개정에서 시작돼야 한다”라며 개헌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치권이 개헌 자체보다는 조기 대선에서의 유·불리에 매몰돼 당리당략적 접근을 할 소지가 있고, 일부 대선주자들이 ‘제3지대론’을 연계해 개헌을 매개로 합종연횡을 할 가능성도 있어 개헌특위가 정상 작동할지 여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새누리당 집권 연장을 위한 ‘물타기’ 전략에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개헌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개헌특위의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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