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2016년 겨울. 대한민국의 일상이 달라졌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에 쏠린 관심. SNS를 통해 각종 정보가 공유되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거리에서 직장에서, 집에서 일상의 삶터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 한다. 주말이면 꽁꽁 싸맨 복장으로 장갑과 핫팩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긴 시간 앉아있을 깔개도 찾아보고, 먼 걸음 걷어야 할 발을 위해 편한 신발을 챙겨 신기도 한다.

잠시 일상으로 돌아와 친구들도 만나고, 연말 송년회도 참석한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이 닿는 곳은 다시 거리다. 촛불을 든 행렬 속에 어느 순간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부패를 넘어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에 내린 국민의 결정은 즉각 퇴진 요구였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었음이 드러나는 순간 국민들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최순실이라는 개인이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청와대 수석들은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을 위해 일했다. 국민들은 차마 근처에도 가볼 엄두도 못내는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만들어졌다.

국가 시스템은 국민을 위해 작동하지 않았다. 304명의 무고한 학생과 국민이 배와 함께 침몰할 때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개성공단이 문 닫고, 보육 대란이 일어나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굴욕적 위안부 보상 합의, 교육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백남기 농민에 대한 공권력의 살인, 느닷없이 추진된 사드배치, 누구의 동의도 받지 못한 한일군사보호협정에 이르기까지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은 없었다.

대한민국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었지만 국민을 위해 일 해야 할 대통령의 일상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대부분을 보냈다. 비서실장도, 비서진도, 하물며 장관들도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홀로 식사를 하고, 홀로 휴식을 취하고, 국정운영은 비선 실세인 최순실과 그 측근들이 지배한 청와대와 정부가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국정을 주물렀다. 온갖 마약류의 약품들이 청와대로 배송되고, 각종 미용 시술을 위한 물품들이 대통령을 위해 준비됐다. 대통령의 주치의도 아닌 비선의료 행위가 버젓이 대통령의 관저에서 이루어졌다.

청와대는 조직적으로 언론 통제를 일삼았고,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법원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불법 사찰도 저질렀다. 불법적 인사개입과 재벌을 겁박해 돈을 뜯어냈다.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여당 새누리당 역시 다르지 않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펴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에 무임승차해 국민을 기망했다. 피해자인 양 돈을 뜯겼다고 주장하는 재벌 역시 각종 이권 등을 노리며 협조 부역했다. 언론은 스스로 권력에 빌붙어 기레기로 전락했다. 이 모든 사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동안 벌어졌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에도 국민들은 촛불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이어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황교안 대행체제도 박근혜 체제와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박근혜 표 정책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촛불 민심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고 있다. 부정부패, 국정농단, 헌정유린 사건이 재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촛불민심은 광장의 토론회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 대안을 찾고 있다.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 국민들이 직접 쓰러진 대한민국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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