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천지역의 유행어는‘법대로 해’다.

이 말은 고소·고발을 일삼는 이근규 제천시장을 빗댄 말이다.

제천은 말투부터 특색이 있는 지역이다.

비록 억양은 강하지만 정감이 있어 어디서든 제천사람임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용기와 배포, 의리가 남다르다.

한 번 싸우면 끝장을 보고, 풀어지면 뒷 끝 또한 깨끗하다.

그래서 ‘의병의 도시’가 아닌가 싶다.

이랬던 제천이 민선 6기 이근규 시장이 취임되고부터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언젠가부터 고소·고발을 난무하는 지역이 됐다.

단체나 업체 등도 툭하면, 고소한다는 소리가 입에 베어져 있다.

진솔한 대화는 뒤로 한 채 곧바로 법으로만 얘기하려 한다.

이 시장은 취임부터 현재까지 고소·고발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소·고발 상대 또한 가리지 않았다.

시의원, 공무원, 기자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제천시의회를 상대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내년도 제천시 예산삭감과 창작클러스터 조성사업 예산을 전면 삭감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이 시장이 유독 이 사업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은 왜 일까?

클러스터 사업은 이시종 도시사의 중점사업이다.

이시종 도지사의 마음에 맞춰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서린듯하다.

아니면 사업 추진을 자신했던 것이 위기에 몰리자‘면피’를 하기 위해 ‘액션’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 시장은 취임 이후부터 법정소송을 예견한 듯 싶다.

해서 제천시 고문변호사를 제천지역이 아닌 타 지역 변호사로 선임하는 등 법적공방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제천지역 변호사를 믿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친분이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법적 공방에 수많은 사람들이 투입돼 시간과 물질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해를 볼 것 같다.

본보 또한 피해 당사자이다.

본보는 1년 전 이 시장이 제천지역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특정업체를 가리켜 유령회사란 말을 했다는 기사를 기재한 바 있다.

당시 이 시장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며, 본보를 상대로 고소(언론중재위원회 재소)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심지어 제천시 홍보팀을 통해 본보가 허위보도를 했다며, 공적으로 쓰여지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해 수십 곳의 언론사에 배포했다.

당시 언중위는 이런 입장을 내놨다.

“이 사항은 현재 법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반론은 가능하나 정정보도는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결론에 모든 것이 끝난 듯 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현재까지도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지인들을 통해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정정보도를 해주면 제천시 홍보광고를 집행해 준다는 전제조건까지 내세워서 말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정정보도에 집착하는 이유가 황당하다.

“다음 선거에 타 후보가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본보 또한 진실을 밝히고 싶다.

그 자리에 있었던 대부분의 기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이 시장은 당시 ‘페이퍼 컴퍼니, 실체가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사회 통념상 ‘유령회사’와 ‘페이퍼컴퍼니’는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법적 소송은 도저히 대화로는 결론짓기 어려울 때 쓰는 최후의 방편이다.

한 지역의 시장이라하면 한 집안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다.

아버지는 자식이 아프면 치료해주고 힘들땐 보듬어주고 감싸줄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시민들이 원하는 ‘참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자식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정소송을 일삼는다면, 과연 어떤 자식이 아버지를 인정하고 따르겠는가.

제천=정봉길 기자 jb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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