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지금 우리는 토요 촛불집회로 모든 분야가 정지된 것 같은 분위기며 모든 사람이 걱정과 불안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한 때가 시작됐다고 본다. 많은 사람은 순수한 촛불집회가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참으로 불행한 일을 너무 많이 경험하고 살아왔다.

1987년 6월 10일 체육관 선거라고 불리는 간접선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4월 13일 호헌에 대해 전국적으로 호헌철폐 시위가 일어났다. 더군다나 박종철이라는 학생이 물고문 치사하였음을 은폐했던 것을 천주교정의사제구현단 폭로로 국민적 저항을 일으켜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났으며 백만 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시내를 완전히 장악하고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정부를 압박 6월 29일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직선제 개헌, 대통령선거법 개정, 김대중 사면복권”을 이끌어낸 시민운동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불행했지만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또, 1997년 한보그룹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그룹, 쌍방울 그리고 해태 등의 대기업 연쇄부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경제 상태를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때, 공교롭게도 대통령선거 시기와 겹쳐져 정치권에서는 경제문제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실익에만 눈이 멀어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는데도 적절한 경제정책을 입안·실행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금융개혁법안 통과도 시키지 못하고 뒤로 미루다가 97년 11월에 IMF에 지원요청을 하게 되는 수치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때도 우리 국민들은 금모으기로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치인들은 우리 국민들의 이런 애국하는 마음을 영원히 가슴속에 갖고 정치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대통령 아들들의 국정개입 및 각종 비리의 개입으로 구속되고 수감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갔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대통령과의 소통’이 안 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계속제기했다. 그리고 대부분 서면보고로 대신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었다. 처음에 많은 사람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업무를 좀 더 신속히 처리하고 많은 부분을 직접 챙기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도 가까이하지 않고 오로지 국정에만 관심을 둔다는 모습 때문에 이전의 대통령들의 친인척비리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들이 사실이라면 너무 실망스럽고 우리 국가의 운명이 이렇게도 기구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칠, 팔 년에 한 번씩 국가를 뒤집는 일들이 일어나서 세계 사람들에게 비웃음도 받고 놀라움도 제공하는 국가가 되고 있을까.

나라의 수준을 평가할 때, 견해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산업 기술 등 각 분야의 발전정도를 보고 선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으로 구분한다. 우리는 외형상으로 선진국 흉내는 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은 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인 면과 사회적인 면에서 안정된 나라가 아니다.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부정과 비리로 인한 사회의 불안이 문제이다. 그동안 사건들의 밑바닥을 관통하고 있는 문제점은 도덕성부재이다. 정치인들의 도덕성이 무너질 때, 사회정서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 사회현상이다. 세계의 모든 선진국은 높은 도덕성과 정직이 자산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맹자가 말한 종신지우(終身之憂), 무일조지환(無一朝之患) 즉, 내 몸이 다할 때까지 종신토록 잊지 말아야 할 숙명 같은 지도자의 근심. 그 근심은 지도자로서 백성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혼신을 다하는 근심이다. 우리는 개인의 명예와 지위는 순간적인 근심밖에 안 된다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우리 국민이 신뢰하는 청렴하고 도덕적인 정치인들과 함께 아름다운 선진국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