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계란 수입 실무절차를 완료하고 164만 개의 계란을 설 연휴 전에 유통하기로 했다. 계란대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데 정작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신선란 수입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규도 없는 데다 수입산 계란을 접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소비자들에겐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과 스페인산 신선란에 대한 검역·위생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이번 주 내로 164만 개 수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수입절차를 밟는 데 10여 일 이상 소요돼 실제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시점은 설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산 계란의 소비자가는 현재 국내산 계란의 소비자 가격인 개당 300원(6일 기준)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계란 제품 8종 9만 8600톤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신선계란 운송 시 항공기와 선박 비용의 50%를 내달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예산으로 9억 원을 배정했으며 수급상황을 고려해 추가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계란 수급조절대책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냉랭하다. 현재 우리나라 법규상 계란 유통기한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없어 안정성에 대한 불신감이 크기 때문이다. 주부 김한송(33·서구 둔산동) 씨는 “AI사태가 심각해서 계란 가격이 올라 계란을 사먹은 지 오래됐지만 계란을 수입해서 가격을 안정화시킨다고 해도 굳이 수입산(계란)을 사먹진 않을 생각”이라며 “조금 비싸도 국내산 계란을 사먹거나 사태가 진정될 때가진 계란을 사먹지 않으려고 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수입산 계란에 대해 더욱 부정적이다. 주부 최지애(34·동구 가오동) 씨는 “AI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는데 수입산 계란이 안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요즘 계란 값이 비싸서이기도 하지만 AI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계란이나 닭 소비도 꺼리고 있다. 유통기한 등 명백한 기준도 없다는데 어린 아기가 있는 집이기 때문에 수입산 계란까지는 사먹을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품질을 위해 주로 국산 계란을 사용해 왔던 제빵업체도 막상 선택의 기로에 놓이자 수입산 계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 제빵업계 관계자는 “산란 과정부터 수입이 돼서 국내에 들여오는 시기까지 계란 품질 면에서 국내산과 다를 것이 분명하다”며 “아무리 안정적인 계란 수급이 필요하다고 해도 당장 수입 계란을 사용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