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을 겨냥한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이지리아가 대만에 대표부 사무소를 축소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아프리카의 소국 상투메 프린시페가 대만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한 데 이어 나이지리아도 대만에 거리두기를 하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안긴 중국의 '아프리카 공들이기'가 본격적으로 먹혀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외교부는 최근 대만에 수도 아부자 주재 대만 무역대표부 사무소를 폐쇄하고 라고스로 사무소 규모를 줄여 이전하라고 통보했다.

조프리 오녜아마 나이지리아 외교장관은 지난 12일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조치를 공개하며 이는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국가로 인정치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 1960년 대만과 수교했던 나이지리아는 1971년 중국과 수교에 따라 대만과 외교관계를 중단했으며 대만은 이후 1991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무역대표부를 뒀다가 이후 나이지리아의 동의를 얻어 2001년 수도 아부자로 사무소를 이전한 상태였다.

나이지리아의 이러한 요구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중남미 순방과 함께 서아프리카 상투메 프린시페와 관계를 중단한 직후에 발생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대만은 나이지리아에서 '중화민국'이나 '대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대만 공무원의 출입국도 나이지리아측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이지리아는 또 대만과의 무역 관련 협정도 재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는 이미 작년말 대만 정부를 향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차이스잉(蔡適應) 민진당 위원은 나이지리아가 중국에 200억 달러의 차관을 요구해 양측이 이에 합의한 상태라는 현지 소식통의 전언을 인용해 "중국이 돈을 이용한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나이지리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도록 중국이 지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차이 위원은 대만과 수교 중인 스와질란드와 부르키나파소 등 아프리카 2개국에 대해서도 중국이 금전적 지원으로 '하나의 중국'을 요구하며 단교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만 외교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만과 나이지리아는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가 아닌데도 이 같은 통보를 받았다면서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황중옌(黃重諺) 총통부 대변인도 "중국이 대만에 가하는 압력은 반감만 가중시킬 뿐 양안 관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천이신(陳一新) 대만 문화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이 외교전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대만 수교국에 대한 포섭에 이어 비(非) 수교국의 대표처까지 이전토록 하는 방식이 중국엔 '외교'이겠지만 대만엔 '굴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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