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는 여전히 갈등…트럼프 정부 출범 변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대(對)이란 제재가 해제된 지 16일로 꼭 1년이 지났다.

이란 핵 협상에 참가한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의 외무장관, 유럽연합(EU)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해 1월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역사적인 제재해제를 선언했다.

이후 1년간 이란은 핵 합의의 최대 과실인 경제 재건을 위해 매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란은 제재 시절 우방이던 중국과 러시아와 정치·경제적 우호를 다지는 동시에 2012년부터 교류가 끊겼던 유럽과 관계를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1년 전 제재가 풀리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였고, 이란을 가장 먼저 찾은 정상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라는 점은 제재해제 이후 이란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란과 EU의 교역액은 2015년 77억 유로였으나 지난해 상반기에만 51억 유로를 기록해 회복세를 나타냈다.

EU가 이란에 제재하기 전인 2011년 양측의 교역액은 268억 유로였다.

이란 현지에서도 유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푸조, 니산 등 유럽 자동차 회사가 잇따라 이란에 합작법인을 세웠고 로열더치셸, 토탈, 에니 와 같은 유럽 에너지 회사가 이란 원유·가스 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란이 제재해제 뒤 가장 서두른 분야는 원유 생산·수출 복원이었다.

이란이 서방과 핵 협상에 나선 목적은 이란의 경제를 외부에 '개방'하겠다는 게 아니라 2012년 중단된 유럽에 대한 원유 수출을 재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란은 여전히 국가가 통제하는 경제 정책을 유지하는 만큼 제재가 풀렸다고 해서 외국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는 게 현지에 진출한 기업의 평가다.

지난해 1월 제재해제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복귀하게 됐다"며 의의를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통계를 보면 이란의 원유 수출은 2011년 하루 평균 253만 배럴이던 것이 2015년엔 108만 배럴로 반 토막 났다.

원유 생산량도 2011년 일일 405만 배럴이었지만 2015년엔 315만 배럴로 줄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의 자료를 보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해 11월 기준 일일 250만 배럴로, 제재 기간보다 배가 넘게 증가했다.

생산량도 지난해 9월 기준 일일 392만 배럴(가스 콘덴세이트 포함 417만 배럴)을 기록해 제재해제 뒤 19% 증가했다.

이런 실적 상승뿐 아니라 이란은 OPEC 3위 산유국으로서 국제 원유시장에서 영향력도 회복했다.

지난해 11월 30일 OPEC의 감산 합의에서 이란은 제재 이전 수준까지 산유량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해 예외를 인정받았다. 당시 이란은 산유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점을 내세워 합의 성사의 '키'를 쥐고 있었다.

이달 12일에는 에어버스의 새 여객기가 38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에 인도돼 제재해제의 효과를 실감케 했다.

대규모 자금이 동원돼야 하는 여객기 구매는 단순한 무역 거래가 아니라 국내외 금융기관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거래의 상대방으로서 이란에 대한 신용이 점증한다는 방증이다.

제재 해제 1년간 이란의 거시 경제 지표도 나쁘지 않다.

정부의 공식 발표를 보면 고질적인 문제였던 물가상승률도 7.5%(지난해 10월 현재)를 기록해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원유 수출 증가에 힘입어 6.6%로 예측돼 정부의 목표치(5%)를 넘어섰다.

외교적으로도 고립을 벗어나 국제무대에 다시 등장하려고 애썼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해 유럽,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모두 15개국(유엔 총회 포함)을 방문해 정상외교를 폈다.

그렇지만 핵 협상 타결의 주역이던 미국과 관계는 여전히 껄끄럽다.

이란 정부는 반미 정책에 변함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핵 협상을 반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0일 출범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관계 경색은 물론, 핵 합의 자체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또 이란과 금융거래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외국 기업의 진출과 이란과 교역에 걸림돌이 되는 점도 제재해제가 '완화'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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