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명예교수

문제는 맘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 어느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것인가,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의 어느 편에 맘을 두고 길을 찾는가가 문제다. 얼마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좀 쉽게 갈 것인가, 좀 어렵더라도 고민과 생각을 거듭하면서 풀어볼 것인가를 심각하게 따져보는 일이다. 교육정신과 원칙을 철저히 따를 것인가, 행정편의를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되 자율에 따를 것이냐, 상급기관의 지시대로 할 것인가를 분별하는 일이다.

지금 여기에서 논의하는 것은 대전에 있는 작은 학교들, 그러니까 전교생이 100명에 아주 크게 못미치는 학교들을 통폐합하여 운영하겠다는 교육청의 입법예고에 따른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를 내년부터 본교에 통합하여 운영하겠다는 조례안을 예고하면서 문제가 심각하여 졌다. 그 다음은 동명초, 산흥초, 세천초, 장동초, 남선초등학교들이 차례로 그 해결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교육감이나 교육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나, 해당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 동문들과 교사들 그리고 그 지역의 주민들 모두 다 올바르고 좋은 교육에 대하여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이 문제를 풀고자 노력할 것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 해결방법이 다르다는 데 있다. 물론 생각과 방법은 각각 서 있는 자리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서 있는 위치는 영원히 서로 넘지 못하거나 만날 수 없는 장애요인은 아니다. 그것들 사이에는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는 훌륭한 길이 열려 있다. 그 공통점을 찾고, 문제 해결을 일방통행식이 아니라, 서로 이길 수 있는 길로 가자는 노력만 하면 금방 찾아질 것이라 믿는다. 다만 누구든지 자기 방식이 절대로 옳다는 망상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경제사정이나 관리의 문제, 또는 교육효과의 문제와 효율성 때문에, 상급부서의 지시 때문에 작은 학교들을 가까운 좀 더 큰 학교에 통합하여 운영하겠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있는 작은 학교들을 최대한으로 잘 살려서 새롭고 독특한 교육의 길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지금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곧 입법절차를 밟는 길헌분교의 통폐합문제에 대한 최종결정을 뒤로 미루고, 모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이 갈등으로 상처를 서로 주고받지 않고 해결되는 것이리라. 슬픔과 원한을 가지지 않게 해결되는 것이 매우 아름다운 것이리라. 교육청은 교육행정에 무겁고 깊은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지만, 지침을 주고 명령하는 것이 임무는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지원청’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매우 좋다고 본다. 지원자는 문제의 핵심자도 그 당사자도 아니다. 다만 당사자들이 제대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도움을 최대한으로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듯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크고 복잡한 곳에 몰리고 단순하고 작은 곳에서는 빠져나가 텅 빈 곳이 많다. 학생인구를 억지로 고르게 분산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흘러가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 판단에 의하면 지금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와 같은 현상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작은 학교를 통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탁월한 해법은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일단 그 작은 학교들을 계속하여 살리겠다는 데 맘을 두고 정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지는 장점이 굉장히 많다는 것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일단 학생과 학부모, 동문과 주민, 그리고 교육청 담당관들과 교육전문가들 그리고 교사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서로가 허심탄회하게 여러 번 대화하면 좋겠다. 이것은 단순히 그렇게 만났다는 형식요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 이해하면서 좋은 해결점을 찾으려는 자세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다른 지역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를 이미 실험하고 실현한 사례를 함께 견학하고 이 지역에 맞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좋겠다.

2. 이때 중요한 것은 헌신하는 좋은 교사와 지역 주민과 이 학교에 학생을 보낼 부모를 찾는 일이다. 특히 교사들이 자기의 교육이념을 이 학교를 통하여 실험하고자 하는 이들을 자원하도록 하고, 이들을 그 학교에서 길게 근무할 수 있게 정하여 참 교육자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

3. 동시에 학구를 공동학구제로 하여 구획제한을 풀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생활형편상 다른 지역에 사는 이들도 특성에 따라서 그 학교로 학생들을 보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물론 학생들의 순회교육 또는 교류교육을 일상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삶의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작은 학교의 폐쇄는 지역공동체의 급속한 해체를 가지고 올 것이다.

너무 작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교육은 적절히 작은 단위로 운영하는 것이 매우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일이다. 그러므로 작다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작음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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