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23일 기성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이른바 ‘제3지대’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보다는 보수 진영 후보로 나설 의지를 표명했다는 해석과 함께 보수 진영의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9명과 만난 자리에서 ‘제3지대론’을 언급하는 몇몇 의원들에게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 그렇게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또 참석 의원들이 ‘보수대통합의 구심점이 돼 달라’고 하자 반 전 총장은 고개를 끄덕였으며, ‘중도 쪽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라는 일부 의원의 제안에도 수긍하는 모습이었다는 전언이다.

반 전 총장은 또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사퇴는 있을 수 없다”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기자들에게) 새누리당에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느냐’라는 질문에 “새누리당 안 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라고 답변했고, “바른정당에 간다는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동에 참석했던 민경욱 의원은 “의원들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입당 관련한 말이 있지 않았나, 복수의 언론에 보도도 됐다’라고 하자 반 전 총장은 ‘그런 것이 아니다. 통합적으로 가야지 선별적으로 어느 정당에 들어간다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자신이 내세운 ‘정치교체’의 조건으로 개헌을 강조하며 “30년 된 헌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난 12일 귀귀 이후 민생 투어 과정에서 드러난 몇몇 실수나 해프닝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보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몇 년 동안 준비해 온 사람과 한 달 준비한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 않으냐”라고 억울함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은 이밖에 “정치권과의 교류를 넓혀 달라”, “강력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 “민생 문제에 주력해 달라”, “서민 문제와 청년 일자리에 역점을 둬 달라”고 반 전 총장에게 제안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을 만난 9명의 의원은 충청권 지역구 의원인 박찬우(충남 천안갑),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권석창(충북 제천·단양) 의원과 이만희, 최교일, 이양수, 이철규, 민경욱, 김성원 의원 등이다.

한편, 반 전 총장의 새누리당행(行) 가능성도 점쳐져 주목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의 국민의당 또는 바른정당 입당에 대한 입장’에 대해 묻자 “우리는 이미 그분의 일련의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서 우리하고는 조금 정체성이 멀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그 분 스스로 많은 것을 느꼈는지 새롭게 정리를 해서 한다고 한다”라며 “25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확실한 것이 나올 것 같다. 아무래도 여권 쪽이 아닐까 한다”라고 예상했다.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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