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환 前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제3세대 원전기술인 APR1400의 신고리3호기가 지난 연말 준공돼 운전에 들어갔다. 국내 원전의 단일호기로는 가장 큰 규모 140만㎾급이며 최신의 안전성과 기술이 접목돼 수명기간도 60년이나 된다. 제3세대 원전이 운전되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으며 대외 수출에서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 프랑스와 좋은 대조를 보인다. 프랑스의 EPR(160만㎾급)과 미국의 AP1000(120만㎾급)이 각각 중국 및 핀란드에 건설되고 있지만 공히 지연되고 있다. 특히 핀란드에 건설되고 있는 EPR원전은 시작이 우리보다 빠른 2005년이었지만 준공 목표가 2018년으로 수정됐고 지연에 따른 양자 간 대형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공기와 사업비가 당초 예정보다 2배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이 2009년 UAE에 수출한 4기의 원전은 신고리3·4호기와 동일한 설계다. 바라카(Barakah) 원전 1호기가 올해 5월 가동될 예정이다. 한국의 자존심이 열사의 땅에서 다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중동은 1970∼80년대 국내 건설업체가 이곳을 근거로 벌어들인 돈으로 한국의 산업개발 동력을 이끌어 낸 곳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최고의 기술과 부가가치를 갖춘 원전산업이 중동에서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요르단에는 이미 연구용 다목적 원자로를 지난해 성공리에 준공시켜 운전에 들어갔으며 이웃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소형 SMART 원전 2기를 건설하기 위한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 엔지니어 40여 명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 파견돼 2018년이면 설계 및 인허가가 완료되고 현지 건설이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2017년 원전산업은 국내 원전의 성공적인 건설 운전은 물론 해외 사업에도 큰 이정표를 긋는 한 해가 될 것이다. UAE의 원전 1호기가 올해 준공되면 이는 1차적으로 목표 공기 달성에 큰 의미가 부여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바로 우리의 수출전선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외국에서 계약공기를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언어의 이질성에 따른 소통의 어려움은 물론 약 200여 개의 전문 하청업체를 톱니바퀴와 같이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핀란드가 바로 이를 방증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저력은 과거 열사의 나라에서 선대의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의 잘 조련된 원자력 전문인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자 하는 외국에 우리의 성공경험이 바로 알려지는 것은 신규 원전사업 경쟁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신규 원전을 추진하려는 체코, 남아공, 영국 등 다양한 국가와 적극적인 원전 수출상담에 나서야 한다. 상대적으로 한국이 어려움을 겪는 금융조달에 대해서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준다면 2017년이야 말로 한국의 원자력 수출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임을 필자는 감히 확신하고 싶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UAE에 건설하고 있는 바라카 원전의 준공에 대해 ‘대단한 업적’, ‘기술의 개가’라고 평가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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