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특검 두번째 출석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박영수 특검팀에 다시 출석했다.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 만의 재소환이다. 특검팀은 이날 이재용 부회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9시 26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에 등장한 이재용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껏 말하겠다"는 한 마디만 남긴 뒤 특검팀 사무실로 올라갔다.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고삐를 바짝 죈 상태다. 뇌물죄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와 추가 진술 등을 확보한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22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날 조사도 당시와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없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제대로 추궁하기 힘들기 때문에 구속영장 재청구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9일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국회 위증 등의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뇌물 범죄 요건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를 봤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어렵다"며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 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 등 현재까지 수사내용과 진행경과 등은 구속 사유로 미흡하다"고 기각을 선고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을 추가로 압수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이 수첩에는 '문화융성·스포츠 분야 지원'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외압을 행사해 삼성그룹에 특혜를 준 정황도 일부 포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5년 1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당초 삼성SDI 1000만주를 처분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가 500만주로 축소해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김학현(60) 전 공정위 부위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소환 조사했다.

이밖에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김상조 교수를 상대로 삼성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지난 9일에는 최순실을 소환해 뇌물죄 혐의를 추궁하는 등 법원이 영장 기각 당시 지적한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 부분도 보완했다. 다만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으로 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아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이규철 특검보는 "대통령 대면조사는 특검팀이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정을 고려해 이재용 부회장을 재소환해 조사하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에 앞서 대통령 대면 조사가 필요하지만 일방적으로 할 수 없는 사정 등을 적절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밖에 대한승마협회 회장 박상진(64) 삼성전자 사장과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황성수(55) 삼성전자 전무를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재소환했다. 두 사람은 최순실 딸 정유라에 대한 삼성그룹의 특혜 지원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과 이들과의 대질심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검팀은 전날 장충기(63)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바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재소환으로 SK와 롯데 등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들 역시 촉각이 곤두서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각각 111억 원과 45억 원을 대가성으로 출연한 의혹을 받고 있다.

SK그룹에 지난 2015년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을 대가로 111억 원을 출연했다는 의혹과 롯데그룹은 45억 원 출연에 지난해 5월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사업 70억 원 추가 기부에 돌려받은 점을 두고 대가성 논란이 일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을 당시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한 대가성 청탁 등이 오갔다는 의혹이다. 앞서 특검은 롯데 면세점 특허권 획득 과정에서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고자 롯데그룹 측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이달 안에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의 소환도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이다.

롯데그룹 측은 "신규 면세점 입찰과 대통령 독대는 전혀 무관한 일이며 시점도 맞지 않다"며 "신규 면세점 부분은 독대 이전에 이미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있고 기재부 1월 업무보고에도 포함돼있던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삼성 특검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삼성그룹의 국제신인도 하락이 우려 된다"며 "최근 반기업법안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거듭된 총수 소환은 사실관계를 떠나 주요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위축하게 만들고 결국엔 반기업정서 확산으로 실물경기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