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연휴기간에 판매된 기차표의 3분의 1이 이른바 ‘노쇼(No Show 예약부도)’로 사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귀성전쟁 중임에도 기차의 상당수가 빈 좌석으로 운행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후진적인 예약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음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이 코레일(한국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아 14일 공개한 ‘명절기간 기차표 예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명절기간 발매된 기차표 1829만 1000매 중 취소돼 반환된 표가 전체 30.7%인 562만 7000매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취소·반환 수수료만 22억 원에 달했다.

취소·반환된 기차표는 재판매 과정을 거치지만 열차 출발 이후 취소된 표는 재판매조차 되지 못하고 빈 좌석으로 운행되는 데 이런 표만도 82만 7000매(4.5%)에 달했다. 특히 올 설 연휴에는 발매된 기차표 302만 2000매 가운데 취소·반환된 표가 102만 매로 전체의 33%로 더 높아졌다. 이 중 13만 6000매가 불용 처리됐다.

설이나 추석 등 민족의 대명절 때마다 기차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지만 정작 예약을 해놓고 취소하고 반환하는 표가 이렇게 많다니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식의 안일한 예약문화가 이런 터무니없는 현상을 만든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노쇼’는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부작용과 피해를 주게 된다. 고객이 예약을 하면 사업자는 인건비 등 많은 비용을 투자해 서비스를 준비하게 되는 데 예약부도가 발생하게 되면 사업자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게다가 서비스를 원했던 다른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쇼’는 기차표뿐만 아니라 거의 전 업종에 걸쳐 자행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식당, 미용실, 병원, 고속버스, 공연장 등 100여 곳을 대상으로 예약부도율을 조사했더니 평균 15%에 달했다. 이 같은 5대 주요 서비스 업종의 예약부도 피해가 연간 4조 5000억 원에 이르고 약 10만 명의 고용손실을 가져온다는 조사자료도 있다. 우리의 예약불감증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이런 후진적인 예약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예약 등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신뢰사회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교육현장 등 각계각층이 나서서 예약문화 선진화를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예약부도 상습자에 대해 강력한 사회·경제적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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