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새누리당이 분당 사태를 맞으며 바른정당이 창당한 데 이어 새누리당 스스로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달며 외견상(?) 박근혜정부의 집권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모양새가 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어, 이들이 불과 수개월 내에 어떤 운명을 맞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자유한국당 “보수정권 재창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뒤 잔뜩 움츠러들었던 자유한국당은 최근 들어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탄핵 기각설’까지 나돌며 친박계 정치인들이 ‘태극기 집회’에 당당히 참석해 “좌파정권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라고 발언하는 등 보수정권 재창출에 서서히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당은 ‘책임과 미래 국민 속으로’라는 타이틀 아래 민생 버스투어에 나서 유권자들에게 새 출발을 알린다. 버스투어는 14일 경기와 충남을 시작으로 17일 부산, 19일 대구, 27일 강원 등지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투어는 당명 개정을 계기로 당 전체가 혁신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체제로 전환했음을 홍보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도부는 지역별로 당원과 주민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어 바뀐 당명과 혁신 방향을 전파함은 물론 유권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할 계획이다.

내달 초로 예상되는 헌재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정치권이 급속히 대선 정국으로 재편되는 만큼 한국당도 대선 체제로의 본격 전환에 나서고 있다. ‘반성 모드’에서 벗어난 이 같은 기조 전환은 보수 진영이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 몰리고 있고, 탄핵 기각 여론이 조금씩 확산되는 상황 변화에 따른 것으로,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바른정당 “탄핵 인용되면 대격변”

창당 정신이나 다름없는 박 대통령 탄핵에 모든 것을 걸고 탄핵 기각 시 32명의 소속 의원 전원이 사퇴하기로 결의한 바른정당은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독자노선을 표방하는 바른정당은 국정농단 세력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닫은 만큼 ‘홀로서기’를 위한 자강(自强)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에 따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이 현실적 차원에서 제기한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 역시 일단 제공이 걸린 분위기다.

바른정당으로선 헌재의 탄핵심판이 자신들의 존립을 좌우할 결정적인 변곡점인 셈으로, 탄핵이 인용되면 보수 진영에 대격변이 일어나 한국당은 자멸하고, 구심점을 잃은 보수층이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길 고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도 급등할 것이라는 게 바른정당의 기대섞인 분석이다.

한편, 지난달 24일 중앙당을 창당한 바른정당은 15일 대전시당 창당대회(오전 10시 30분 중구 문화동 BMK컨벤션)를 갖고 충청권 세몰이에 본격 나선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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