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공포정치가 조기대선판을 뒤흔들까?’

김정남 피살 사태로 대선 정국에 안보 이슈가 급부상, 미묘한 정세 변화 속에 얼마만큼의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4일 그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19대 대선을 앞두고 어수선한 대한민국에 선거 때마다 중대 돌발 변수로 작용했던 ‘북풍’이 또다시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 ‘北風’ 반전의 기회 될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진영 주자들은 안보 이슈가 대선 레이스에서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합의를 촉구하는 등 판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이 자신들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안보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진보 진영 주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안보 이슈 주도권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15일 바른정당 대전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드 배치는 이미 결정된 문제인 만큼 모든 대선 후보는 이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국론을 모아야 한다”라고 사드 문제에 대해 불투명한 태도를 취하는 야권 후보들을 겨냥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북한 탄도미사일은 언제든지 우리 머리 위로 날아올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자기 형을 독살하는 세력과 타협하겠다며 미국보다 먼저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분에게 대한민국을 맡겨선 안 된다”라며 대세론을 형성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판했다.

◆진보 진영, 공안정국 경계 속 안희정에 유리?

상대적으로 대북 문제에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 온 진보 진영 주자들은 ‘정권 교체’의 대의가 ‘국정 안정’과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을 내세우는 공안 정국에 묻혀 휘청거리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안보 이슈에 있어 눈에 띄는 ‘우클릭’으로 중도·보수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아우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시가 좌로 치우친 후보들에 비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사드 배치에 사실상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등 안 지사의 유연한 사고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에 비해 진보 진보에 대한 불안감을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충청 민심을 공략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5일 대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첨단 강군을 육성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3%(현행 2.4%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증액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굳건한 한미동맹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자강(自强) 안보’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고도화된 북핵 대응을 위해 합동참모본부에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고,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북핵 대응센터를 설치하겠다”라는 복안을 제시, 안보 이슈 선점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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