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중구청장

새해를 시작하는 1월을 빠르게 보내고 맞이한 2월도 벌써 중순이 지나고 있다. 2월에는 특유한 추억과 냄새가 있다. 농경시대에 중요한 절기인 입춘과 우수도 있는 달이기도 하며, 정월대보름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2월은 북반구에서는 겨울이 끝나는 달이고 남반구에서는 여름이 끝나는 달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2월이 지니는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졸업이다. 졸업의 한자 의미는 ‘어떤 일을 마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영어로는 ‘graduation’이라고 쓰이는데 이 단어의 라틴어 어원인 ‘gradus’는 ‘한 걸음씩 나아가다’ 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어쨌든 졸업은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가져다 준다. 어린 시절 졸업 후에 부모님 손을 잡고 들어간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배부르게 먹은 추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피자나 치킨처럼 다양한 먹거리가 없던 시절에 짜장면은 유일한 외식거리였다. 시골집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맛의 신세계를 보여주던 귀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졸업식날 짜장면을 먹은 기억이 없다. 집이 가난했던 것도 이유였지만 초등학교 졸업이 마지막 이었던 필자에게 졸업식과 졸업 선물 그리고 짜장면은 남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검정색교복을 찢고 흰 밀가루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그런 풍경들을 보면서 부러워 했던 적도 많았다. 졸업식이 부러웠다기보다는 검정색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부러웠던 것이다.

흔히 졸업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언제나 다시 들어봐도 맞는 말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 어떤 일을 끝마치는가 싶으면 또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마치 끊임없이 언덕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의 신화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흔한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이제 처음으로 졸업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처음으로 교복을 입는 경험도 하게 될 설렘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두 번째 졸업을 하며 대입을 앞둔 고등학교로 진학을 앞두고 설렘보다는 입시에 대한 두려움이 더 할 시기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진출이나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들은 이제 성인으로 기대감과 낭만적인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에게는 사회 진출과 취업으로 인해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시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필자는 올해 졸업한 모든 사람이 절망보다 희망을 가질 것을 기원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단 한 번의 졸업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지만 긍정과 희망을 가슴에 안고 언제 어떤 자리에서 있어도 결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지금의 인생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성공의 척도는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다.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며 서로 함께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 진실한 성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자는 정치를 통해 이루려는 꿈이 있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헐뜯고 비난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좀더 들어보고 이해해주고 한발 양보하며 뜻을 모아 나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2월은 그 어느 해보다 사회적인 혼란기를 겪고 있다.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혼란기를 맞고 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듯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국민이 모두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박용갑 중구청장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