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처리가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 입학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부와 체육단체 등이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승마 특기자인 정유라 씨가 고교와 대학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선책에 의하면 앞으로는 학업성적이 크게 저조한 체육특기생은 대회출전에 제한을 받게 되며 경기출전으로 수업에 빠질 경우 반드시 관련 경기단체로부터 증빙서류를 받아야만 출석을 인정받게 된다. 학교체육진흥법에 규정된 최저학력기준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현행법에는 체육특기자가 최저학력에 미달하면 ‘경기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만 돼 있어 강제성이 없었으나 이를 강제조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저학력 미달학생은 기초학력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재평가를 시행해 미달에서 벗어나야만 대회출전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학교 3학년 이상 고교 2학년까지 체육특기자 3만 6106명 중 무려 30.4%가 최저학력 미달이었다. 특히 중3의 경우는 44%가 미달이어서 2% 안팎인 일반 학생 미달 비율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공부하지 않는 운동선수가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은 오로지 운동을 통해서이기 때문에 승부 지상주의가 만연한다. 이에 따라 입시비리, 승부조작, 폭력 등을 수반한다. 운동을 계속하면서 프로로 전향하거나 운동을 평생직업으로 삼는 학생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학생들은 오직 운동성적을 위해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학습권을 보장하고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 운동만 잘하면 상급 학교에 진학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공부를 하지 않게 만들고 있는 현행 입시제도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학습권보장은 요원하다.

아마추어 경기가 평일이나 시험기간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 때문에 학생 선수들이 정규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주말리그, 방학리그를 늘려야 한다. 5% 미만의 소수만 프로와 실업팀으로 진출하는 현실에서 모든 학생 선수들을 운동에만 전념시켜 최저학력에도 미달되도록 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 학습과 운동을 함께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초중고와 대학에 이르는 엄격한 학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1972년 시작된 체육특기자 제도는 그동안 체육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를 체육 강국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이로 인한 역기능으로 정유라 사태와 같은 좋지 않은 일도 벌어졌다. 2015년 기준으로 체육특기자를 대학이 뽑을 때 내신을 반영하거나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교는 절반 안팎에 머물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학교수업 성적이 무조건 반영되고 있다. 미국 대학 학생들은 운동과 함께 공부를 병행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학생 선수들은 엄격한 학사관리의 대상이 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은 물론 경기 출전에도 제약을 받는다.

우리나라 학생선수들은 주요대회 성적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고 감독은 재계약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수업보다 훈련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급작스러운 변화는 스포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체육특기자제도 개혁은 보완책을 마련해가며 신중하게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학생선수들의 진로를 다양화하고 스포츠 능력이 탁월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돕기 위한 별도의 지원장치 마련과 함께 학생선수들의 의식전환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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