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집회 오인 우려 태극기 퍼포먼스 없애
카드섹션으로 대체... 시민들 "씁쓸하다" 한탄

지난 25일 천안시 신부동에서 열린 3·1절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태극기 모양의 카드섹션을 선보이는 '만세 플래시몹'을 연출하고 있다. 천안시 제공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불똥이 매년 열리는 충남도내 3·1절 행사까지 옮겨 붙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 상황에서 매년 열어왔던 3·1절 행사의 태극기 퍼포먼스가 보수단체들의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로 오해받을까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시는 매년 3·1절을 앞두고 시 주최로 기념행사를 열어 왔으며 올해도 지난 25일 신부동 신부문화공원에서 3·1절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3·1절 기념 행사는 그동안 문화행사와 더불어 참가자들이 손에 태극기를 흔들면서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퍼포먼스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천안시는 올해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행사를 취소하고 만세삼창과 카드 섹션을 통해 대형 태극기를 연출하는 '만세 플래시몹'으로 대체했다.

'만세 플래시몹'은 민족대표를 상징하는 33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유관순 열사 옷차림으로 나와 ‘만세’를 선창하면 참가자와 시민들이 만세삼창을 화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또 자원봉사자들이 등 뒤에 태극기 모양의 부직포를 붙여 상공에서 촬영할 경우 대형 태극기를 연출하는 카드 섹션 방식을 선보였다.

3·1절 기념 행사에서 태극기 없이 카드섹션으로 대체돼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안시가 태극기 퍼포먼스를 취소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상황에서 친박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집회로 오해받을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3·1절 태극기 퍼포먼스를 통해 태극기가 부각될 경우 자칫 태극기로 상징되는 친박 보수단체들의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를 두둔하는 정치편향적 행사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시민들은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3·1운동 기념행사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축소 변형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시민은 “어수선한 대통령 탄핵정국이 수십 년을 이어온 3·1절 문화행사 모습마저 바꾸는 걸 보니 씁쓸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관계자는 “비록 3·1절 기념 행사에서 태극기 흔들기는 없었지만 대형 카드섹션으로 행사의 취지는 살렸다”면서 “행사는 시가 주최한 것이 맞지만 주관한 측은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자초지종을 다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내포=김혜동 기자 kh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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