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높은 대출 문턱에…비은행권 대출 증가폭 커져

부동산규제 정책으로 대출자가 시중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으로 몰려가는 풍선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여신 증감액이 예금은행보다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컸다.

27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여신 증감액은 -15억 원을 보여 전월(1031억 원)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전환됐다. 반면 12월 비은행금융기관에서의 주택담보대출은 501억 원으로 전월(320억 원)보다 증가폭이 더 커졌다.

세종은 예금은행에서의 주택담보대출 여신 증감액이 482억 원을 보여 전월(435억 원)보다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하지만 비은행금융기관에선 36억 원에서 149억 원으로 세 배 이상의 증가폭을 보였다. 충남 역시 풍선효과가 두드러졌다.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감액은 지난해 11월 366억 원에서 12월 -64억 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비은행금융기관에선 같은 기간 858억 원에서 890억 원으로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살펴도 풍선효과가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9조 8532억 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6.5% 증가했지만 비은행금융기관은 6.6% 늘어 증가폭이 예금은행보다 소폭 컸다. 충남에선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한 반면 비은행금융기관은 16.6%나 늘었다. 다만 세종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이 전년 동월보다 31.4% 증가한 반면 비은행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폭이 6.1%밖에 되지 않았다. 여신심사선진화가이드라인 적용 이전 대출액이 워낙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건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강화에 따른 이른바 풍선효과의 영향이 커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도록 하는 여신심사선진화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자가 저신용등급이나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제2금융권으로 대출자가 몰리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가계부채의 주범을 부동산으로 보는 정부가 여전히 시중은행에서의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고 있어서다. 여기에 집단대출 규제도 시행 중이어서 결국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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