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황운 신용보증기금 충청영업본부장

한 가장의 실직은 그 개인의 절망과 불행뿐만 아니라 경제력 상실로 인한 가정 해체 등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취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자들의 좌절과 방황의 슬픔 또한 실직자에 못지 않다. 높은 실업률은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세원을 감소시키며 정부예산을 비효율적인 부문으로 흐르게 해 경기 침체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최근 한국경제학회의 정책세미나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의 학술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현 경제상황이 성장궤도를 완전 이탈하여 구조적 저성장기에 있는 절대적 위기상황이라는 내용이었다. 고용절벽, 인구절벽, 구조적 침체 등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둘러싼 큰 이슈들이 꾸준히 제기돼 온 터라 학술 발표 내용 역시 국내 경제상황을 염려하는 학자들의 선제적 근심일 것이라 믿고 싶지만 왠지 조짐이 불길하다.

우선 2012년도 이후 5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8%대에 머물렀다. 정부는 올해의 경제성장률 역시 2.6%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낮은 경제성장률은 민간부문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이 계속 될 경우 미래의 전망은 어떠할까? 사실상 어두워 보인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는 사드문제 후폭풍이 예상되고 세계경제의 흐름을 크게 좌우하는 미국과는 보호무역의 트럼프 정책으로 무역환경 악화가 우려된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과 고용확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용 없는 성장기에 진입해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자동화설비에 집중 투자를 했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정책 중 하나인 기술금융 역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였지만 한편으로는 자동화설비 투자를 증가시켜 고용증대와는 거리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로봇기술, 정보통신, 인공지능, 생명과학 관련 과학혁명과 기술혁명에 의한 미래산업의 파장이다. 어쩌면 현재 인간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기계가 대체할 것이며 수많은 직업 자체가 사라지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며 머나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이처럼 예상되는 고용위기 속에서 정부가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수행할 정책은 무엇일까? 여러 해결책 중에서도 실업문제 해소와 일자리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일거양득의 좋은 해결책은 창업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지원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은 생계형 창업과 기업형 창업을 분리해 기업형 창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자영업 위주인 생계형 창업은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으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형 창업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 그리고 인문학을 융합하여 전혀 새로운 형태의 업종들로 구성될 미래산업군에 속하는 분야가 바로 기업형 창업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정부는 분산되어 있는 창업지원 관련 정부조직과 예산을 통합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물적 자원을 창업기업들에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인적자원도 지원해 최적의 창업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이다. 특히 사업화 과정에 있어 필수적인 금융지원 부문은 승수효과가 큰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보증기관이 전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보증기관들은 기본자산의 10배까지 금융지원을 할 수 있어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창업환경의 천국을 만들어 일자리 걱정 없는 나라가 될 경우 자연스럽게 선진국이 되고 국민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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