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가호 아래 이 나라에 새로운 자유가 탄생하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고자 합니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 겸 재판관이 지난 10일 낭독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문 중 일부.

“제일 좋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고, 그 다음이 이익으로 국민을 유도하는 것이고, 세 번째가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이고, 아주 못한 게 형벌로 겁주는 것이고,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것이다.” 중국 전한시대 사상가이자 역사가인 사마천의 말.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들은 물과 같으니.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뒤집어 가라앉힐 수도 있다.) 순자 왕제편에 나오는 이야기.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정치란, 민주주의란, 대통령이란, 그리고 국민이란 무엇인지 등 숫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누구도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입증한 것으로,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라는 사실과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민의 승리이자, 민주주의 승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은 일부 외신에서 ‘강아지 게이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조롱의 대상이고, 망신살이자 우리나라의 국격이 땅에 떨어진 날이기도 하다. 촛불과 태극기, 진보와 보수, 여야, 세대, 계층이 제각각 갈라진 ‘갈등 공화국’의 단면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우리 정치가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패권을 잡기위해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을 조장하고 양산하는 정치, 선거 때만 지나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치인 모두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정치가 문제가 되는 시대를 청산하고, 정치가 해법이 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경제의 발목을 잡아선 곤란하다. ‘정치란 올바름이다(政者, 正也). 백성을 정도로 이끈다면 누가 감히 정도를 걷지 않겠느냐(子帥以正, 孰敢不正).’라며 도덕성을 갖춘 올바름이야말로 정치의 제일 덕목으로 정치인 스스로 솔선수범하고 욕심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 공자의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행정 난맥상을 법의 잣대로 준엄히 심판했다면, 이제는 하나님도 부러워할 정도의 특권을 가진 입법부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새로운 국가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5월 조기대선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더더욱 대선주자들에게 바라는 바 크다.

국민들도 자중자애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의 혼란과 갈등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촛불 민심이 다르고 태극기 민심이 다르지 않다. 광장에서 보여준 국민의 위대한 힘을 이제 하나로 모아 일상에 녹여 내야 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중국의 사드 보복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여건 악화, 저출산 고령화 문제, 세계 최고의 청년실업 등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것이 없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인의식과 책임감이다. 모두가 “그 민족사회에 대해 스스로 책임감이 있는 이는 주인이요, 책임감이 없는 이는 객(客)”이라고 강조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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