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부자 '사유담(史遊談)'> 신들의 나라, 그리스(1편)

대통령 선거일을 앞둔 대한민국, 주권재민의 모태가 된 그리스 이야기

▲ 멀리서 보이는 그리스 역사의 상징 아크로폴리스.

◆ 야사스!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 그 묵직한 진중함은 사실 첫눈에 감동을 주지 않았다. 어려서는 본 듯한 건물이었을 뿐 기대의 못 미치는 완성도였고 그러다 불혹을 넘어 다시금 마주하게 되니 이제야 비로소 건물 너머 무엇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의 축복을 받아야 지중해에 설 수 있다 했다. 북소리가 들려 그리스에 왔다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처럼 나도 귀를 기울여본다.

◆ 먹는 것이 복지

그리스 사람들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기가 막힌 사람들이었다. 이곳은 대부분이 사막기후여서 풀도 흔하지 않아 소를 키울 수 없다. 그러다보니 산양, 염소를 키운다. 페타치즈는 산양과 염소젖으로 만들고 그릭요거트도 마찬가지였다. 소젖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에는 향이 진하고 뻑뻑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깊은 맛과 곱절이상의 유산균이 그리스 치즈와 요거트를 유제품의 명작으로 만들어 주었다. 소가 없어서 못 먹은 건데 이렇게 조합시킨 염소, 산양의 특이한 특징들이 만나 그리스 음식문화를 낳았다. 이제 그리스 요리는 문화유산이다. 2차 세계대전 때 곳곳에서 영양실조로 죽어나갔다는데 그리스만 장수하더란다. 오스만투르크(터키)가 아주 목줄을 잡고 쥐어짜던 시기였다. 그런데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게 신기해서 미국이 연구를 했단다. 그리고 ‘그리스식 식사’가 명칭이 되었단다. 축복받은 야채와 페타치즈, 신선한 올리브유와 약간의 포도 식초는 환상궁합이다. 살찐 오이와 온통 여물고 상에 오른 토마토가 입안을 풍요롭게 한다.

먹는 것도 문화유산이 된 그리스.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스는 구겨진 보자기 같은 나라라고 말한다. 산이 너무 많아서 살기도 힘들었고 통일은 더더욱 힘들었다. 이런 척박한 땅에 사자가 살았다고 하니, 산을 넘다가는 사자 밥이 되기 십상이어서 다른 나라에 가는 일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가야처럼 나뉘어 살았다. ‘도시국가’(polis)라고 한다.

많게는 1000개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웅덩이에서 개구리가 뛰어나가 듯 생겼다고 했다. 한 치만 방심하면 신종 국가에 나라 망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강해져야 했고, 그래도 못 미더워서 서로 이유 없이 공격하지 않을 제도를 만들어야 했다. 약육강식 사회였던 기원전 2600년 경에 국제 매너를 요구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살아야했기에 그리스는 균형을 찾아간다.

조금씩 조금씩… 이 룰을 지키지 않으면 나도 사라진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았고 다져나갔다. 그 꽃이 기원전 500년부터 300년 사이에 활짝 피었다. 클래식 시기(고전기)가 이때다.

제발, 싸우지 말고 결속을 다지며 평화의 힘겨루기를 하자고 시작한 것이 올림픽이다.

따로 또 같이… 이것이 그리스가 만든 세계 민족이 더불어 사는 방법론이었다. 보편적이다 못해 놀라울 정도로 적당한 제도였다.

“민주주의를 하다니. 나만큼 너도 소중하다고 말해주다니. 지금 2017년 우리도 못해서 우리의 결정을 땅을 치고 후회하는데 2500년 전에 완성해 놓았다니. 대단하다 못해 두렵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모태가 된 그리스 도시국가의 민주주의.

◆ 평생을 외로웠던 이방인 세르반테스

저 멀리 보이는 다리를 타고 페로폰네소스 반도에서 바다를 건너왔다. 라프팍토스라고 하는데 스페인의 펠리페 2세가 무적함대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수여받은 곳이기도 하다.

유럽이 평생 처음으로 투르크를 이긴 전쟁이었다. 감동이었고 역사에 길이 남겼다. 그 역사적인 전쟁을 우린 ‘레판토 해전’이라한다.

이 해전에 참가한 빼빼마른 청년이 있었고 총기오발사고로 왼쪽 팔을 심하게 다쳐 의가사 제대를 한다. 그러곤 할 일이 한참 없다가 남은 오른손으로 30년이 넘는 시간 불멸의 작품을 남긴다. 세르반테스였다. 바로 돈키호테를 남겼다. 이야기가 여행을 살찌운다.

세르반테스의 외로움은 평생의 걸작 '돈키호테'를 낳았다.

글·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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