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서열화 하고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뭐든지 등급을 매기고 줄을 세워 서열을 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현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줄 세우기가 가장 심각한 분야는 단연코 교육이다. 가장 비교육적인 형태가 교육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 줄 세우기가 가장 심각한 부문은 바로 학교의 서열화이다. 전국의 대학을 1위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 나열하는가 하면 고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다녀 봐도 학원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을 걸어 수강생들이 각각 어느 대학에 진학했는지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각 시도교육청이 학원들을 상대로 자제할 것을 권유하지만 도대체 들어먹지를 않는다.

하기야 일선학교도 버젓이 정문에 현수막을 걸어 진학 상황을 광고하는 판에 학원인들 교육청의 권고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대학을 서열화 시키는 사회풍토도 문제지만 그러한 진학상황을 유명 대학 위주로 특정해 게시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더 큰 문제이다. 도대체 이토록 비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처사가 또 있을까 싶다. 그 게시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학생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는지 묻고 싶다.

객관적이지 않은 사람의 능력을 억지로 계량화 시켜 그것을 근거로 서열을 매기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이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이러한 서열화의 병폐가 가장 심각한 곳이 바로 교육계이다. 더 문제인 것은 이러한 비인권적, 비교육적 상황에 대해 다수의 국민들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그게 문제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대부분의 국민 의식 속에 분야별로 서열화를 하는 일이 일반화 돼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학교를 서열화 시키는 일은 나아가 출신학교에 따라 인간 자체를 서열화 하는 것으로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어찌 학교 이름 하나로 사람을 평가하고 편견과 선입견을 갖는다는 말인가.

이런 병폐적 문화 때문에 우리사회는 더욱 사교육에 집착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그릇된 승부욕만 가르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잘못은 알고 있으면서 그 잘못을 고치려 하지 않으니 큰일이다. 그러면서 서열화 문화는 점차 골이 깊어가고 있다.

학교 서열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건강해질 수 없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실천 가능한 작은 것부터 실행해 나가야 한다. 학교와 학원들이 버젓이 게시하는 명문대 진학생들의 이름이 적인 현수막을 몰아낼 관련 법 마련이 시급하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복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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