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진료센터 총회 인사말

지난 1999년 9월 삼성동 벧엘의집 지하 예배당에서 첫 노숙인 무료진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노숙인뿐만 아니라 쪽방주민 등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달려온 희망진료센터가 16차 총회를 갖게 됐습니다. 먼저 함께 한 길을 달려온 모든 동지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동안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희망진료센터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센터를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어떻게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고자 애써왔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이유가 가난 때문이었기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희망진료센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때론 함께 절망하기도 하고,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썼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희망진료센터가 줄곧 지켜온 자세이지요.

그러나 진료센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왜? 가난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회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애쓰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병원비가 비싸서 가난하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난하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현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료의 왜곡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의료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보려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의료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이런 곳을 찾을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 활동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의료정책의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 것이지요.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공공의료 확대였습니다.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국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함에도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10%도 안 됩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무를 다하려면 모든 의료는 공공재라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말 공공재가 되도록 공공의료기관을 대폭 늘려 정부차원의 공공의료 정책이 실현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희망진료센터는 공공의료기관 확대를 위해 노력했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의료보장성이 높이자는 요구였지요. 우리나라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보장성은 여전히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의료보장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국민의 의료비가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건강보험 재정흑자가 20조원을 넘는데도 그 재정이 보장성을 높이는데 사용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바로 국가가 국민들의 돈을 거두어 이자놀이는 하려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보험급여를 확대하고 비급여를 항목을 줄이도록 해야만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노력은 희망진료센터가 견지하고 있는 무료진료와 더불어 중요한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0년 동안 희망진료센터가 앞장서서 대전 시립병원 설립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대전은 17개 시·도 중에 세종, 울산, 광주와 함께 시립병원이 없는 광역시입니다. 그러기에 진료센터가 주도적으로 대전 시립병원 설립 추진운동본부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시립병원 설립을 위해 달려온 것입니다. 다행히 권선택 대전시장께서 시립병원 설립을 정책과제로 삼고 추진 중에 있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활동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보려는 희망진료센터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는 순간 문득 가난 자체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폴 파머도 자신의 책 ‘권력의 병리학’에서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가? 라고 질문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불평등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질병에 걸린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환경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노동환경, 생활환경, 지역 환경 등 가난한 사람들은 전체가 쉽게 질병에 걸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노력도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는 길이기도 한 것이지요.

이제 한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의 건강을 위해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어 가는 데도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불평등한 사회를 치료하는 센터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불평등한 사회를 치료하는 것이 바로 모든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올 한 해 힘차게 사회를 치료하늘 길로 달려갑시다. 감사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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