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운 물리치는 의식 후 치른 첫날 밤

프리드리히 3세(1415~1493)의 얘기를 마저 해보자. 그때 마지막 얘기가 그가 신부가 될 레오노레(1436~1467)를 시에나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녀의 키가 너무 작아 실망했지만, 다행히 생각보다 빼어난 그녀의 외모에 마음이 수그러졌다는 얘기로 결말을 맺은 듯하다.

이들은 시에나에서 만나 옛 황제거리를 통해서 로마로 향한다. 당시의 교황 니콜라우스(1397~1455 : 재위기간 1447~1455)는 이들에게 노상에서 도둑을 만날지 모르니 어느 길이 안전하다는 친절하게 정보제공을 했었단다.

당시도 길가에 도둑들이 들끓었나보다. 보통 왕들의 행차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행차이던데 이런 행차에도 도둑들이 달려들 수 있었다니, 로빈슨 크루스 얘기가 헛말이 아닌 듯하다. 사실 중세사를 보면 도둑 그룹들의 얘기가 자주 나온다. 그리고 교황은 겨울여행을 권장했다. 로마로 오는 여름길이 너무 더우니 여름 더위를 당해내지 못하리라는 염려에서다.

아무튼 로마에 잘 도착한 프리드리히와 레오노레는 성베드로 성당에서 교황으로부터 황제의 관을 받았다. 그 이후 이들은 다시 나폴리로 갔다가 다시 독일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문제는 이들에게 첫날밤이 없이 떠난다는 기록이다.

레오노레 측은 실망을 하면서 한마디 건넸다. 어찌하여 우리 딸과 첫날밤도 안 지내고 다시 독일로 온 단 말인가? 만약에 첫날밤을 지내보고 그녀가 마음에 안 든다면 다시 독일로 보내라며 묘한 언질까지 주었다 한다. 할 수 없이 황제는 나폴리에서 첫날밤을 맞이하기로 했다. 때는 1452년 4월 16일이다. 황제는 첫날밤 잠자리를 마련하라고 관리들에게 지시했는데, 독일식으로 방을 꾸미라고! 브리기트라한에 의하면 이 첫날밤에 이 둘은 옷을 입은 채 동침했다고 전한다. 이유는 그가 그날 몸이 별로 안 좋아서였다고!

그녀를 따라왔던 시녀들은 그들이 첫날밤을 잘 보냈다고 생각했었는데, 후에 첫날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제 이들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직접 나섰다. 이들은 이들의 침대에다가 향을 피우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침대 축성을 위해서 사제까지 불러들였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성서에 사라가 결혼하는 남자마다 첫날밤에 죽어버렸다. 그것도 일곱 남자나!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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