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 받는 첫 전직 대통령
구속여부 결정 법원에 온국민 촉각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의 필요성을 가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심판대에 섰다.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직 국가원수가 피의자 심사를 받는 것은 역대 처음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10시 19분경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뒤 계단을 통해 법정으로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도 서지 않고 “뇌물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곧장 321호 법정으로 향한 후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심문을 받았다. 전직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법정에서 받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1997년) 이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법원이 서류 심사만으로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영장실질심사는 무죄 추정 원칙과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 비춰 구속의 신중을 기하기 위해 구속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판사가 피의자를 대면해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구속영장청구에 대한 심사는 전담법관(영장전담판사)이 담당하고 휴일에는 당직판사가 담당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강 영장전담 판사가 맡았다.

박 전 대통령은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298억 원대 뇌물수수와 재단 강제모금 등 직권남용·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이 주된 혐의다. 검찰은 12만 쪽에 이르는 220여 권의 사건기록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영장실질심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질심사 후 구속사유는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크게 4가지로 나눠진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주거부정,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것, 도망 또는 도망할 우려가 있을 것에 대해서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는지가 구속 영장 발부 여부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범죄혐의의 소명은 유죄판결의 경우처럼 고도의 증명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범죄혐의를 일단 수긍할 수 있을 개연성과 소명자료의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범죄의 중대성과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우려 등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사유가 충족하더라도 피의자에게 가져올 고통과 불이익 및 폐해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적극적 필요성을 비교 형량 해 전자가 후자보다 현저히 커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바탕에 혐의의 중대성과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는 법조계 안팎의 평가가 있는 만큼, 충분한 범죄 혐의 소명, 범죄(혐의)의 중대성과 더불어 구속사유에 해당할 경우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와 피의자에게 가져올 고통과 불이익의 폐해에 대해 영장전담판사가 고심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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