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핵소 고지> 스틸 이미지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핵소 고지(Hacksaw Ridge, 2016)>이다. 영화를 이야기하기 전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갈까 한다. 내게 다소 실망감을 감출 수 없던 한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는 <최종병기 활>로 영화적 혹은 감동적인 재미에 대한 혹평이 아닌, 약 8년 전 봤던, 내게는 정말 충격적이면서 짜릿한 영화를 계속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서사구조는 흡사하다 못해, 보는 내내 모든 장면들이 비교되던 그 영화는 2006년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이다. 마야문명에서 병자호란으로 넘어 왔을 뿐, 더 다를 것은 없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배우인 멜 깁슨이 <아포칼립토(Apocalypto, 2006)> 이후 10년 만에 내는 감독작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중, 기독교 신자이자 비폭력을 지향하는 ‘도스’는 사랑하는 이들과 국가를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총을 들지 않는 의무병으로 육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1945년, 오키나와 전투에 참여하고, 거기서 총을 들지 않고 의무병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는 이야기이다.

영화 속 전쟁의 묘사는 참혹하고 처참하다. 전쟁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비극적인 모습들이 모두 들어가있기 때문에, 전쟁을 경험하지 않아도 그 감정을 몸소 실감할 수 있는게 즉 영화이다. 다른 모든 것은 경험에 의존하며, 그 경험은 시각적인 효과가 큰데, 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영화이며, 그 영화의 연출이다. 내가 태어난 시대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버려지는 모든 것과 군생활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우애, 그리고 가족을 향한 그리움, 두려움 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려운 상황 속에서 종교적 신념, 그리고 평화주의에 비롯한 그의 모든 행동은 어느 누구나 마음먹는다고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오게 되면, 짧은 시간에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해외의 많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올해 최고 전쟁 영화라며, 브레이브 하트와 아포칼립토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하는 평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장면에 나온 성경 속 구절을 쉽게 지우지 못한다.

“너희가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행한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글 홍성후 inuroas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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