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명예교수

봄은 참 현란하다. 꽃들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고 새싹이 돋아나고 골짜기에 물길이 나고, 새로운 학기가 한창 진행되고, 가게들이 분주히 손님을 끌고, 농부들이 들판을 분주히 누빈다. 그래서 사람들이 꽃구경도 가고 싶고, 바다를 보고 싶어 하고, 멀리 떠나고 싶어 하면서 맘을 잡지 못한다.

그런데다가 3년씩이나 깊은 바다 속에 있다가 막 뭍으로 올라오게 된 세월호와 아직 수습되지 못한 희생자들을 잘 모시는 일, 그 배가 거치된 목포항에 가서 아픔과 바람을 같이 하고 싶은 맘, 거기다가 대통령 탄핵으로 일찍 맞이하게 된 대통령 선거전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문제. 그런 복잡한 중에 또 중국과 미국의 정상들이 만나서 별 성과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는 소식,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시리아에 폭탄을 퍼붓는 전쟁을 확대했다는 소식, 동시에 북한에서 계속 진행하는 핵무기 개발과 실험에 대응하는 문제.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 그와 연관되어 중국으로부터 돌아오는 경제보복, 뜬금없이 미국 항공모함이 한반도 가까이 항해하는 문제. 그러고 보니 우리 역사에서 아주 난감한 시절이었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때의 주체를 확립하지 못하고 허약한 모습을 보이던 때를 생각하게 하는 등 아주 복잡하고 긴급한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중에 어느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맘과 몸을 집중하여야 할까? 우선 당장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의 맘은 참으로 착잡하다. 이제까지 정권을 이용, 국정을 농단하여 이끌어오던 세력이 촛불집회를 통하여 세척되는 동안, 그렇게 일반 사람들의 수준이 아주 높게 향상된 결과로 나타나는 지금의 상황인데, 그것을 받아서 정권을 창출하여 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집단행태는 참으로 볼품이 없이 품위가 없다. 그런데도 그들 중 어느 누구인가 한 사람에게 정권을 맡겨야 한다는 난감한 일에 부딪힌다.

선거는 참으로 묘하다. 처음에는 별로 힘도 없고, 관심을 받지도 못하던 이들이, 이리저리 사람을 몰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허황한 이야기들을 하는 동안에 사람을 모으고 후보가 되고 나면 마치 온 세상은 그들 몇 명이 판가름을 다 하는 것처럼 둔갑한다. 사람이 없다 하고, 그는 그 일을 맡을 깜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느 사이 마법에 걸리듯이 그는 구세주처럼 행동하고, 그것을 믿고 밀어주게 되는 상황에 도달한다. 형편무인지경으로 엉망인 사람에게도 마치 나라의 운명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는 것처럼 돼버린단 말이다. 그도 착각하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나 그를 미는 사람들도 깊은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그중에서 하나, 다른 사람보다 덜 엉망이라고 느끼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이때 깨어있는 사람들은 냉정히 행동해야 한다.

나는 이 상황에서 우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전쟁 상황에 대하여 생각하여 본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이 나도 우리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긴장된 모습이 진행되는 것은 속히 극복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실험과 엄포, 그에 따른 남한 지역에 새로 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 그에 대하여 선제타격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미국과 그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맞섬. 그러한 것을 아주 쉽게 애완견 이름 부르듯이 가볍게 내뱉는 사람들의 맘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그런 심각한 일들에서 우리 한반도에 있는 권력들은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 또한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것에 집중하여 외교정책을 펼 사람을 기다린다. 우리가 허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중에도 주체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지혜와 배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역시 민중을 업고, 민중을 타고 정치를 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한다. 나라의 이득을 위하여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자기나라의 이득은 곧 이웃 나라의 이득을 함께 가지고 올 때 안전하고 지속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사드배치를 미루거나 포기하고, 그 대신에 북한에서 오는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일이다. 북핵에 대한 무력제재는 어떤 형태가 되었든 한반도 전체와 동아시아 전체에 커다란 무서운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무력을 통한 다른 무력의 소멸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소멸된 무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단 평화의 기운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의지와 철학과 식견을 일반 시민과 함께 가져야 한다. 그것을 위하여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향하여 당당하게 북한의 핵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방도를 함께 논의하는 외교를 펼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국가의 안보는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서 유효한 것은 평화안보다. 무력과 긴장을 통한 제압과 섬멸의 안보가 아니라, 상생안보다. 평화안보, 상생안보를 대통령의 공약으로 내걸고, 그것을 일반 시민과 함께하는 기운을 펼치는 이가 나타나면 좋겠다.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대응한다거나 더 많은 무력으로 보복하겠다고 큰 소리 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것은 무책임한 허풍에 불과하다. 진정한 평화를 위한 안보는 아주 어려우면서도 지극하고 간절한 자세로 모두가 하나로 나갈 때 가능할 것이다. 나는 전쟁의 위기가 높아지는 지금 한반도를 중심으로 고조되는 긴장은 우리 스스로 평화롭게 해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펴면서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 나갈 그런 후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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