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지난 11일 출범한 ‘대전스포츠비전연구회’가 창립기념 토론회를 개최하며 2030년 아시안게임의 대전유치를 제안해 체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대전의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공식 세미나를 통해 구체적으로 목표연도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대전지역 체육계는 이번 세미나에 귀를 세웠다. 현실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체육인들이 깊이 동감의 뜻을 표출했다.

대전지역 각 대학의 젊은 체육 전공 교수들이 주축이 되고 경기단체 소속 체육인들이 대거 참여해 창립한 ‘대전스포츠비전연구회’는 앞으로 대전을 비롯한 충청지역 스포츠 발전을 위한 다채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한편 지역민들의 건강백세 실현을 위한 다채로운 방안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젊은 교수들이 그 첫 과제로 2030년 아시안게임의 대전유치를 제시한 것은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서울은 차치하고 대전을 제외한 지방의 대도시 모두가 이렇다 할 국제 대회를 모두 유치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부산은 2002년 아시안게임과 1997년 동아시안게임을 개최했고, 대구는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열었다. 인천도 2014년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광주마저도 2015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개최했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에 이어 대한민국 5번째 대도시인 대전은 아직까지 국제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 위한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지역민들은 체육인들을 중심으로 자존심을 들먹이며 대전의 국제대회 유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발성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했을 뿐 조직적이고 공식적인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전스포츠비전연구회’가 11일 세미나를 통해 2030 대전아시안게임 유치를 제안해 첫 단초를 마련했다.

대전시는 유성구 용계동에 42만 평 규모의 복합체육단지 조성 계획을 갖고 있지만 엄청난 예산 확보에 부딪혀 실행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계동 체육단지의 조성이 하염없이 미뤄지며 덩달아 대전의 국제대회 유치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한 지역의 젊은 체육학자들이 연구모임을 결성하고 그 첫 번째 화두로 2030 아시안게임의 유치를 지목한 것이다.

처음 국내에서 세계적 스포츠 제전이 개최될 때와 비교해 국민적 관심도가 낮아지고 홍보효과도 하락한 것은 인정한다. 특히 인천이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며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았고 제대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방도시의 국제 대회 유치에 대한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아진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인천은 인천이고 대전은 대전이다. 인천의 전철을 대전이 답습한다는 보장은 없다. 대전의 역량으로 충분히 흑자를 내는 국제대회를 치러낼 수 있다.

용계지구 체육단지의 개발 구상이 미흡해 국제대회 유치를 미뤄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방 재정만으로 그 엄청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규모 대회의 유치를 통해 많은 국비를 확보하고 그것을 동력으로 삼아 종합체육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국제대회의 유치 문제와 별도로 150만 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종합체육단지의 조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은 60만 평, 부산과 대구는 40만 평, 광주와 울산은 25만 평 규모의 체육단지가 조성돼 있다. 대전은 인구가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치던 70년대에 조성된 한밭종합운동장에 의지해 크고 작은 대회를 치러내고 있다. 대전에 도시 규모에 걸맞은 체육단지를 조성하고 거기서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일은 결코 무리한 꿈이 아니다. 젊은 체육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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