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다문화 '두 겹의 벽' 절망적

4월 20일은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전체인구의 5%에 달하는 249만 명. 그러나 아직도 장애인을 보는 낯선 시선은 날카로운 송곳과 같은 아픔이다. 

여전히 자신 있게 사회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저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는 점이 장애인 자립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장애인 정책이 기본적인 ‘복지’ 위주 정책에서 장애인 개인의 ‘인권’과 ‘자립’에 초점을 두고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 내에서도 소외받고 차별받는 장애인들이다. 자립이 누구보다 필요하지만 가장 이뤄내기 힘든 ‘중증장애인’, 그리고 인권 향상을 위한 다문화장애인가정을 이뤘지만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다문화가정 장애인세대’에서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의 존재는 복지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보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내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다문화가정 장애인세대와 이들의 2세 문제, 그리고 중증장애인의 자립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낯선 이름 다문화장애인가정
2. 차별에 신음하는 중증장애인
3. 인터뷰 대전장애인연맹 회장
 

#. 편마비로 오랜 기간 장애를 안고 살아왔던 A 씨(대전 중구)는 몇 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슬하에 두살배기 아들을 두고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날 부인이 다문화지원센터에서 가정폭력 관련 상담을 받고 자신을 신고한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A 씨는 자신이 편마비 상태에서 구타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부인은 정부로부터 3개월간 월 70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장애인세대의 자립과 인권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민국에서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지만 다문화와 장애인가정의 합은 낯설기만 하다. 대전지역 다문화가정은 2015년 기준 5210가정, 결혼이주여성은 4827가정에 달하고 다문화가정이면서 장애인세대가 되는 가정도 많다. 대전시나 복지재단 등이 진행한 공식적인 실태조사 자체가 없지만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대전새날장애인이룸센터 등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전지역 다문화·장애인가정은 600세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국에서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센터만 해도 200개가 넘는다. 그러나 다문화장애인가정을 지원하거나 관련 상담을 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문제는 다문화가정 중 17%(3만 세대) 이상이 다문화장애인가정이고 다문화가정 중 80% 이상이 2~3년 안에 이혼을 하거나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문제와 비슷하게 다문화장애인가정도 매매혼으로 이뤄지다 보니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 등으로 가정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국제결혼의 악용 사례로도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가정에서 태어난 2세의 학업률은 30%가 되지 못한다. 이혼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겹치는 데다 다문화가정 내에서도 차별받는 또 다른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제고도 필요한 상태다.

같은 맥락에서 다문화장애인가정도 다른 다문화가정처럼 상담지원이나 자립을 위한 여러 가지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장애인센터와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어느 곳에서도 각각의 특수성 때문에 양쪽 모두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전장애인연맹 조태흥 회장은 “다문화지원센터는 가정이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여러 가지 상담 등으로 장애가정의 문제를 도아줄 수 있다”며 “아직까지 전국에 공식적인 센터는 없지만 경기도의 경우 장애인세대에 대한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공식적인 실태조사를 시작하는 것부터 해서 다문화장애가정에 대한 관심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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