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의원 정책위원장 사퇴…당 정체성 불만 표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6·2 지방선거 충청권 패배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표명한 데 이어 이상민 국회의원도 같은 이유로 8일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해 당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졌다.당 안팎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세종시 문제 등 산적한 사안 해결도 시급한 마당에 책임론에만 빠진 지도부의 무책임한 조처라는 지적과 함께 당 정체성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이회창 대표의 사퇴 충격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상민 정책위의장의 사퇴는 당 정체성 문제에 대한 심각한 의견 대립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8일 이회창 대표가 제기한 ‘보수대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당 정체성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이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은 융복합의 시대로, 어떤 가치나 방법론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 선거에서 어느 정파가 이기고 지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국정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고 이 대표의 ‘보수대연합론’을 반박했다.이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과의 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유권자들이 여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당을 선택한 만큼 당연히 유권자들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선진당의 충청권 패배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에 대해서는 “(심대표가) 선진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아주 치열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이 의원은 또 당의 소통구조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이회창 대표가 한 말씀 하시면 그것이 선진당의 전체 의견으로 규정된다. 소수의견은 전혀 표출이 안 된다. 표출된다 하더라고 묻혀버린다”고 지적했다.이회장 대표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그는 “이 대표의 뜻을 존중하고 당은 새로운 면모를 갖춰야 한다”며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만류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나약하고 특정인에 대한 의존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하며 지도부 재편 의견을 나타냈다.이렇듯 이상민 의원이 당 운영 전반과 소통구조에 대해 문제 제기에 나섰지만 선진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 수습은 쉽지 않을 구도다. 문제 제기 당사자도 지도부 사퇴를 선언한데다가 이회창 대표의 낙마를 대신할 대안인이 마땅치 못한 것도 당 균열에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거기에 이번 지방선거 이후 당 지도부가 충남지사 선거 패배 책임 공방에 휩싸인 채 정작 시급한 세종시 문제 등에서 당력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어 한동안 당 균열 양상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