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 측이 18일 공개한 TV 광고 화면. /연합뉴스

 

촛불민심에 힘입어 집권여당(옛 새누리당에서 분당)의 지위를 내려놓고 가시밭길을 선택한 바른정당이 대선 정국에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로 전락해 가는 모양새다. 기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보수 진영의 새 중심’으로의 부상도 사실상 무위에 그쳤고, 좀처럼 세 확산이 이뤄지지 않은 채 유승민 대선 후보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리얼미터의 지난 13·14일 조사 시 3.2%)을 기록하는 유 후보에 대한 거취 논의가 당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충청권 국회의원 중 유일한 바른정당 소속인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유 후보 거취와 관련해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14~15% 지지율로도 (당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타 후보와의) ‘통합이냐 연대냐’ 이야기가 많았는데, 우리는 그보다 훨씬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니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주말 내지 다음 주 초쯤 논의해, 다음 주에는 이 문제를 슬기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종구 당 정책위의장이 최근 유 후보 사퇴를 거론한 데 대해선 “지지율이 너무 낮다보니 당내에 조그마한 잡음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공당으로서 끝까지 가야 한다는 사명감은 있는데 너무 어렵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홍 의원은 이어 “시점을 논할 수는 없는데 문제는 당선이 되기 위해서 가능성 있는 후보들은 차선책으로서 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도 “시점이 언제냐는 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과거(2002년) 정몽준 의원 같은 경우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했지 않느냐”라며 “그런 정치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이 그렇게 가기 때문에 저희들을 (단일화) 대상으로 놓고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대변한다. 국회의원 33명을 보유한 바른정당 내에 유승민계와 비(非)유승민계 간 불신으로 지난 17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자마자 “후보직 사퇴를 검토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당력을 결집하지 못한 채 김빠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새로운 보수의 적자’를 기치로 출범했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대선 이후 소멸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고, 그동안 잠복해 있던 갈등 요인이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실적으로 자금난 탓에 지역별로 유세차를 배치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인 바른정당과 유 후보의 운명, 그리고 범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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