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더라도 일단 살고 보자" 내년 地選겨냥 이합집산 분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4일 대전 유성구 노은3동주민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각 가정에 배포될 선거공보물을 분류작업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5·9 장미대선이 열흘여 앞으로(본투표 기준으로 D-14, 사전투표 기준으로 D-9) 닥친 가운데 지역 정치인들의 ‘속보이는’ 이합집산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선 정국에 스스로 ‘몸값’을 높여 1년여 후 치러질 민선 7기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두고 살 곳을 찾아 떠나는 ‘묻지마 입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지방의원들의 경우 자신을 선출해준 지역민들에게 기존 소속 정당을 이탈해 경쟁 정당에서 새 둥지를 트는 데 대해 의견을 묻는 최소한의 예의는 찾아볼 수 없다. 정치적 신념과 소신, 이념은 논외다. 다음 선거를 내다보고 자신의 입지와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먼저다.

돌아가는 판세를 숨죽여 지켜보다가 선거일이 다가오자 유리한 고지를 찾아 깜짝 ‘커밍아웃’을 하는 정치인들은 ‘정치 철새’라는 비판에는 “욕할 테면 해봐. 일단 살고 봐야지…”라고 대꾸한다.

새롭게 택한 정당의 대선 후보가 당선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에 대해 지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고, “선거철이면 이리저리 제 살길만을 찾는 철새들로 인해 정치 불신만 더욱 조장된다”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 당적을 바꿨고 최근 또다시 이적(移籍)을 한 전직 지방의원은 “까놓고 말해 내가 속해 있던 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잘못됐다. 이게 불만이다”라며 엉뚱한(?) 입당의 변을 내놓았다. 새롭게 선택한 정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해서도 아니고,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이 당적 변경으로의 표출인 셈이다.

또 다른 전직 지방의원은 소속 정당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필승 결의를 다졌지만 불과 며칠 새 타 정당으로 둥지를 옮겨 지켜보는 이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한 무소속 지방의원은 선거철이 되자 특정 정당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나홀로 선거운동에 나서며, 자신에게 당적을 부여해줄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 오다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중앙공동선대위장을 맡은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철새”라며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했다.

그는 “정치를 재개하는 것이 아니므로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 합류는 당적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새누리당(18대 대선 전 선진당을 흡수통합한 데 따른 것)-더불어민주당 등으로 이어져온 그의 행적이 철새 논란을 피해가긴 어렵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염 전 시장의 변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소신도, 철학도 없는 ‘철새 정치’는 적폐 청산 대상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게 정치 현실이라지만 정치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철새들을 퇴출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우리 정치권의 최대 개혁 과제 중 하나”라고 질타했다.

국민의당 대전시당도 “그동안 고비마다 정치적 변신을 거듭해온 염 전 시장이어서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자당 안철수 후보의 추격으로 다급해진 문 후보와 옛 새누리당 탈당 후 정치적 진로를 잃은 염 전 시장을 겨냥해 “서로 급한 처지이니 동거부터 하려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자신에 대한 이러한 공세에 대해 염 전 시장은 “과거에 당적을 옮긴 경험을 가진 정치인들이 타 당에도 수두룩하다. 집안 단속이나 잘하라”며 불쾌감을 표출했지만, 지역 정가에서 차지하는 그의 무게감 때문인 듯 철새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긴 힘든 처지가 됐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