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대전시 의원

쾌적하고 조용한 대표적인 과학동네 대전 유성구 도룡동. 이곳에 거주하는 ‘연구원현대아파트’ 150세대 대부분 주민이 거리로 나섰다. 인접한 매봉근린공원의 민간특례 조성사업으로 인해 공원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대전시 방침에 반대하고 나서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매일 밤 9시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도룡동에 수십여 개 현수막이 내걸렸고, 시청 앞 집회를 시작으로 관계 요로에 매봉공원 아파트 개발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도룡동은 40여 년 전 대덕연구단지 개발 당시 처음 조성된 주거지로 과학동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아파트 단지명도 연구원현대아파트, 타운하우스, (연구기관)공동관리아파트, KIT교수아파트 등으로 지었다.

이미 재건축에 들어간 타운하우스를 비롯해 KIT교수아파트는 내년에, 공동관리아파트도 곧 재건축할 예정이고, 상대적으로 늦게 건립된 ‘연구원현대아파트’는 재건축 계획이 없다.

대전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2020년 7월 실효가 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 우선 민간특례로 5곳의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월평근린공원, 매봉근린공원 등에서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섰다. 환경 파괴는 물론 인근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매봉근린공원은 35만 5000여㎡ 면적에 비공원시설은 7만 5000여㎡로 약 21%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비공원시설 대부분에 아파트 등 공동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어서 대규모 녹지공원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전시는 2020년 일몰제 이후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민간특례를 통해 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가 이곳의 사유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300여억 원이 필요한데 이 비용을 민간 업체에 떠넘기고 공원 조성에 필요한 예산 80여억 원도 민간이 부담하게 해 시는 한 푼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 공원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업체에겐 공원 일부에 대규모 개발권을 부여해야 하므로 공원 파괴와 주민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것이다.

반대가 심한 월평공원과 매봉공원의 사유지를 매입하려면 1000여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데 대전시가 전혀 재정 투입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대전시는 이를 해결할 노력을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시간이 없다’, ‘예산이 없다’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대전시 녹지기금 조성 운용조례’에 따르면 2016년까지는 매년 순세계잉여금의 5%를, 2017년부터는 2%를 녹지기금으로 조성해야 한다. 대전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순세계잉여금 총액 6864억 원의 5%인 343억 원의 녹지기금을 출연했어야 하나 5억 원밖에 출연하지 않았다. 민선 6기 들어선 한 푼도 출연하지 않다가 올해 들어 필자의 주장으로 56억 원이 반영됐을 뿐이다.

이렇게 공원 조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이제 와서 예산이 없어 민간에게 대규모 개발권을 부여하는 특례 방식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며 주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같다.

매봉공원 내 동측 사면에 병풍처럼 434세대 아파트가 들어서면 녹지는 거의 보이지 않게 돼 도룡동 주민들에겐 공원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훼손된다. 또 재건축지역 등과 함께 현재보다 3배 가까운 세대가 입주하면 교통난·주차난이 극심해져 삶의 질은 매우 악화될 수밖에 없다. 대전시가 앞장서서 이 지역 난개발에 나서는 형국이다. 3.3㎡당 1500여만 원에 달하는 비싼 분양가로 인해 연구원 등 과학자는 사실상 거주할 수 없게 돼 과학동네 특성이 곧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연구단지 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연구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와 맞닿는 곳까지 아파트를 개발한다는 것도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원자력연구원과 주민들 간의 갈등, 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을 경험한 시민들이 변전소 옆에 아파트를 조성하겠다는 대전시의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민간특례 공원 조성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공원 조성이 불가피하다면 시의 재정 투입을 통해 민간 개발을 최소화하거나 종합 재정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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