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전시당 페이스북에 게재돼 있는 19대 대선 관련 홍보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북한 김정은과 동일시했다.

 

“내 손에 걸리면 넌 죽는다.”, “진짜 때려 죽이고 싶다.”

‘빛은 어둠을 이긴다’라는 기치 아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민심이 거리로 나서며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조기 대선이 성사된 가운데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분열의 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대의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놓고 상대 진영을 향해 극단적인 증오감을 표출하는 행태가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명정대하고 아름다운 경쟁의 장이자 축제의 장이 돼야 할 5·9 대선이 ‘장미대선’이란 닉네임과는 어울리지 않게 혼탁 양상으로 흐르며, 희망의 빛을 잃은 채 짙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형국이다.

일방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퍼붓는 문자 폭탄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의 섬뜩한 욕설과 비방은 물론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급기야 누구를 지지하느냐로 시작한 말다툼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30년 지기인 초등학교 동창 간에 지지 후보를 두고 벌어진 시비가 살인으로 비화됐고, 서울에선 대한민국 언론사에 기록될 만한 전대미문의 사건도 일어났다. 역시 대선 후보를 놓고 논쟁을 벌이던 한 신문사 동료기자 간에 폭력 사태가 빚어져 한 기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렇게 비극적인 일이 촉발되진 않더라도 대선 정국을 맞아 가족들 간에, 직장인들 사이에 정치를 화두로 삼아 대화를 나누다 흥분을 참지 못하고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 ‘우리 편은 정의이고, 너희 편은 불의다’, ‘우리는 개혁 세력이고, 너희는 적폐 세력이다’라는 식의 흑백논리가 판치는 것을 정치권이 나서 조장하고 있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대세론을 형성해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문재인 찍으면 김정은이 대통령이 된다’라는 자극적 문구의 홍보물이 나도는 등 막가파식의 종북몰이와 색깔론이 횡행,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고지에 서 있는 문 후보가 만약 당선된다면 심각한 이념 논란과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불과 열흘여 뒤 대통령직에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은 대선 후보가 3대 권력 세습을 한 북한의 독재자와 동일시 되고,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북한 노동당의 2중대로 지칭되는 상황은 문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2017년 대한민국의 우울하고 서글픈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빨갱이’, ‘좌빨’로 낙인찍힌 문 후보뿐 아니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등을 지칭하면서도 “과대망상증 환자다”, “사이비종교 추종자다”, “정신병자다”, “무뇌아다”, “조폭이다” 등의 막말이 난무하는 이번 대선판은 ‘잔인한 4월’이란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며,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는 선거는 아직 이 땅에 발을 붙이기가 요원함을 엿보게 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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