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의 5월 17일 개막을 시작으로 6월이 되면 스위스의 바젤국제아트페어, 독일의 카셀도큐멘타와 뮌스터조각프로젝트, 그리고 프랑스의 리용비엔날레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세계인의 미술축제가 동시다발로 개최된다. 세계미술사를 장식하고 작고한 거장들의 명화를 관람객들이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감상 중심의 미술관 운영방식과는 달리 이 축제들은 주로 3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조형언어를 통해 인류가 처해있는 현실의 문제에 대한 물음과 도전 그리고 대응과 해결을 모색하는 현실발언적인 토론의 장으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류가 처한 오늘의 현실을 주제로 다루는 자리인 만큼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약자의 인권문제, 디지털문화의 향방, 급속한 지구 환경변화 등 긴급하게 해결돼야 할 이슈들로 동시대의 공공성과 시대정신이 강조된다. 따라서 작가와 기획자들에게는 이 축제에의 참여가 국제적인 지명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동시대미술의 우열을 가리는 각축장처럼 느껴지고 있다.

이응노미술관은 내달 6월 실험성과 창의성이 뛰어난 지역의 그림인재 발굴을 위한 ‘아트랩대전’ 전시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오는 11월까지 6개월간 이어질 이 전시는 6명의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청년작가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수한 신인작가 및 중견작가 그리고 원로작가를 선정해서 시상하고 초대전을 개최하는 등 묵묵히 화가의 길을 가고 있는 훌륭한 분들을 모시는 자리는 시립미술관과 대전미술협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충남대, 목원대, 한남대, 배제대 등 미술대학이 많은 우리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작가지망생들이 막상 학교를 나오면 작업을 이어갈 공간 마련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우리 미대 졸업생 중에 앞으로 미술의 세계올림픽이라는 국제미술비엔날레에 초대되고 수상할 작가가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역사적으로 훌륭한 예술작품을 남긴 화가의 주변에는 반드시 조력자가 있다. 화가 고흐에게는 형의 예술성을 존경했던 동생 테호가 있었고 이응노 화백에겐 예술의 깊이를 아는 아내 박인경 여사가 있었다. 어떤 형식의 지원이든 예술가에게는 그를 인정해 주는 주변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5년 오쿠이 엔위저가 총감독을 맡은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서 한국의 임흥순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와 누나의 구로공단 경험을 담은 영상 작품 ‘위로공단’으로 한국 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받은 수상 중 가장 우수한 상이라고 한다. 수상 작가는 서울대나 홍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외국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이 살고 경험하는 사회이야기를 진솔하게 예술로 풀어냈을 뿐이다.

우리 주변에도 자신의 예술성을 기반으로 우리들 세상을 아름답게 노래할 예술 지망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기에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아직 어린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어깨를 두들겨 줄 ‘아트랩대전’ 전시가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2017년 대전시 청년예술가 지원 사업의 하나로 실시되는 이 사업은 이응노미술관의 미래는 물론 대전시 문화예술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기회로, 그들과 만날 6월을 대전 시민과 함께 기다리고 싶다. 이 어린 예술가들이 우리에게 선사할 실험성과 창의성의 사회적 가치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설레는 마음을 누르며 그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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