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을 찾아 두 손을 번쩍 들어 당직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은 보수 진영의 재집권을 허락하지 않으며, 진보 진영으로의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9일 치러진 헌정사상 최초의 조기 대선에서 문 후보는 10일 새벽 1시 현재 개표 결과, 39.57%를 득표해 1위를 달리고 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6.1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1.34%,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6.54%,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5.87% 등으로 뒤를 잇고 있다. (최종 득표율=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 심상정 6.17%)

문 후보는 한국방송협회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실시한 공동 출구조사에서도 41.4%를 얻어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출구조사 지지율은 홍 후보 23.3%, 안 후보 21.8%, 유 후보 7.1%, 심 후보 5.9% 등으로 집계됐다.

오후 8시 투표 마감과 함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 개표상황실은 떠나갈 듯한 환성과 박수가 터져나오는 등 잔칫집 분위기가 연출됐다. 추미애 당 대표를 비롯해 상황실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당직자들은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문 후보는 당직자들에게 “오늘의 승리는 간절함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정권교체를 열망한 국민들의 간절함, 이를 실현해 내기 위한 우리들의 간절함이 오늘의 승리의 이룬 원동력이 됐다. (당내)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후보도 함께해 줬고, 전부 혼연일체가 됐다”라며 “오늘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을 여는 날이 되길 기대한다. 다음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은) 제3기 민주정부를 힘차게 끌고 나가겠다. 개혁과 통합의 과제를 완수해 내겠다”라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문 후보 개인적으론 2012년 18대 대선 낙선(새누리당 박근혜 51.55%, 민주통합당 문재인 48.02%) 이후 재도전해 대통령의 꿈을 이루게 됐다.

적폐 청산을 내세우며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건 문 후보는 국민통합 대통령, 일자리 대통령, 안보 대통령을 표방했다. 또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이 최고의 국가발전전략이라고 강조했던 만큼 중앙정부의 지방 이양이 얼마만큼 가시화될지,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재정 분권화가 현실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대선의 개표 마감은 10일 오전 6~7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오전 8시~10시 사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인 확정 의결을 위한 전체 위원회의를 소집할 계획으로, 문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면 당선인 신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직을 맡아 임기에 돌입한다. 5·9 장미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치러진 보궐선거 성격을 띠어 새 대통령은 통상 60일간의 인수위원회를 운영하는 수권 준비 절차 없이 당선과 동시에 국정의 키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수 절차가 생략된 채 새 정부 출범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정부 초기에 대혼란이 예상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 이를 의식한 문 후보 측은 물밑에서 ‘섀도 캐비닛(예비내각)’ 구성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어떤 인사들이 요직에 배치될지, 충청 출신 인사들이 얼마나 중용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상 일정보다 7개월여나 앞당겨 치러진 조기 대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촛불’과 ‘태극기’로 극명하게 분열된 국론을 어떻게 하나로 결집시켜 국정을 안정되게 운영하고, 발등의 불이 된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느냐가 새 정부의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원내 제1당이지만 과반에는 31석이 모자란 120석의 민주당이 통합정부를 이뤄 야당들과 협치를 구현해 내느냐도 집권 초기 신임 대통령의 성패를 가를 척도로 꼽히고 있다.

한편,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80%의 벽을 뛰어넘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19대 대선의 투표율은 70%대에 머물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전국 선거인 4247만 9710명 중 3280만 8577명이 투표, 지난 4~5일 사전투표(26.06%)를 합산한 총 투표율은 77.2%로 18대 대선(75.8%)에 비해 1.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17개 시·도별로는 광주가 82.0%로 최고, 제주가 72.3%로 최저치를 보였고, 대전은 77.5%, 세종은 80.7%(전국 2위), 충남은 72.4%(전국 16위), 충북은 74.8%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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