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암 행정학 박사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이 자녀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부모는 자식이 자신보다 더 큰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교육은 부모가 거는 기대의 수단이다. 동서양, 특히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교육은 각별하다. 교육열은 부모의 기대 수준과 비례한다. 교육열은 또한 경쟁에서 비롯된다.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부모로서 자신의 자식이 남보다 뒤떨어지기를 원치 않는다. 물론 부모의 교육열이 대리만족뿐만은 아닐 것이다. 자녀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덜 고생을 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과열된 경쟁은 악순환을 지속하며 온갖 부조리를 낳는다.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하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에 대한 대답이다.

물론 논란의 소지가 있고 극단적인 논리지만, 우리나라 부모가 자녀에게 시키는 교육은 기술과 기능 등 대개가 지식집약적인 것들이다. 교육의 최종 목표가 좋은 대학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자녀교육은 대학까지만이다. 자녀들도 부모의 영향을 받아 좋은 대학만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 교육이 좋은 대학 입학이라는 등식은 부모뿐만이 아니라 학교와 학원 등 사회 전반에서 성립한다.

국가는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조기 영어교육을 조장한다. 그러다 보니 어린 아이에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영어 몰입식 교육에 한창이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남의 나라 말을 배우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기타 대학 입학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한다.

우리나라 자녀교육에는 바른 인격과 자아를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심성교육은 없다.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문리를 터득하여 참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없다. 어른과 부모를 공경하고 친구, 후배, 동료들과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없다.

참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자녀교육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충분하다. 그 이후부터 소위 경쟁을 위한 교육을 해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고 개념 없이 맹목적으로 부화뇌동하여 조기 경쟁교육에 휘둘린다면 부모는 효도까지 받고 싶었던 당초의 기대를 접어야 할 것이다.

한 인간에게 있어 유아기는 인생의 기초체력을 쌓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가능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대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대상은 가능한 자연에서 찾는 것이 좋고 질문을 유도함으로써 생각의 범위를 확장시켜 주어야 한다. 자녀의 수준에 맞는 좋은 책을 많이 읽도록 도와주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요즘 들어 자녀들에게 많이 시키고 있는 한자 공부도 단순히 글자를 암기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한자에 숨어있는 뜻을 재미있게 풀어 가르침으로써 이치를 깨닫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은 과감하게 야단을 쳐 주변과의 상호작용을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인생의 기본기를 갖추어야 할 유아기에는 스스로가 생각을 확장해 사물의 가치에 대한 진위를 깨닫고 능동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어떠한 행동을 하기 전 깊은 생각이 우선되어야 함을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크고 작은 반성을 통해 거듭나야 함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해야 한다. 유아기에는 경쟁을 위한 기능교육보다는 생각의 확장을 돕는 심성교육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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