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막 혈관주위세포 소실로 파괴된 혈액-망막 장벽. 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당뇨병의 3대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병 망막병증의 악화 원인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과 박도영 박사는 망막 내 혈관 주위세포의 소실이 당뇨 망막병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임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5월 16일 자에 게재됐다.

당뇨 망막병증은 성인 실명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통증이 없고 시력이 서서히 떨어져 병변이 진행돼도 환자가 자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발병 초기 혈관 주위세포의 소실이 가장 먼저 발견되는 현상이지만 이 현상이 미세혈관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당뇨 망막병증을 비롯한 다양한 망막 혈관 질환에서 혈액-망막 장벽의 파괴가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첫 번째 실험은 정상 망막 혈관의 대조군과 혈관 주위세포가 정상적으로 유착되지 않는 망막 혈관을 지닌 실험군으로 나눠 진행했다. 실험군 동물모델에선 혈액-망막 장벽 파괴로 인해 망막 혈관의 누출, 유리체 출혈, 시각기능 상실 등 당뇨 망막병증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병변이 재현됐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혈관 주위세포가 혈관 내피세포로부터 떨어져 나오면 혈관 안정성이 무너지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됨을 확인했다.

혈관 주위세포가 소실되면 혈관 안정화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TIE2 수용체 발현이 감소하고 이후 혈관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ANG2 단백질 등의 발현을 촉진하는 FOXO1 인자의 활성이 증가하며 혈액-망막 장벽의 파괴가 점차 심해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두 번째 실험은 성체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안정화된 망막혈관에서 혈관주위세포를 선택적으로 소멸시켜 실험군을 만들고 혈관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A)를 주입했다. 연구팀은 실험군의 망막혈관 구조가 정상처럼 보이지만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혈액-망막 장벽 파괴가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다. 망막 혈관이 혈관 주위세포가 소실되면서 정상 혈관에 비해 외부 자극에 크게 반응하는 환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 단장은 “이번 연구가 당뇨망막병증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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