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진보 성향 정권이 들어서며 정부세종청사가 분위기 쇄신과 함께 어수선한 기류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내정된 이낙연 후보자(전 전남지사) 국회 인사청문회를 놓고 여야의 한판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속 조각(組閣) 작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되는 파격이 이뤄졌다.

◆이낙연 청문회, 여야 격돌 예고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장관 인사의 출발점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 대행은 “문 대통령은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기조연설에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는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라고 선언한 바 있는데,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이 후보자 관련 의혹은 세금탈루, 병역면탈, 위장전입 등 무려 세 가지나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부친 상속재산을 뒤늦게 발견해 신고했고 자신은 몰랐다고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미 본인이 미신고 상속재산에 대한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거짓말 의혹’이란 말까지는 아직 붙이지 않겠지만, 이 후보자가 5대 고위공직자 배제요인 중 3가지에 해당하는 것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압박, 단단히 일전을 벼르고 있음을 드러냈다.

야권은 오는 24·25일 예정된 이 후보 청문회를 앞두고 검증 태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의 상속재산 신고와 아들 병역면제 등을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며 치밀한 검증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후보자는 1991년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토지(고향인 전남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의 약 1865㎡)의 재산신고 누락(2008년 3월 등기이전할 때까지 17년간) 의혹이 대두됐다. 총리실은 “뒤늦게 상속 사실을 알게 돼 재산신고가 늦어졌다”라고 해명했지만, 이 후보자가 1990년부터 지방세를 직접 납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관계를 살펴본 뒤 입장을 내겠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또 이 후보자 아들은 2001년 대학 1학년 때 신체검사 시 3급으로 현역입대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운동 중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아 이듬해 두 차례에 걸친 재검에서 ‘재발성 탈구’(5급)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총리실은 “이 후보자는 아들의 입대를 위해 병무청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규칙상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라며 탄원서 사본까지 공개했지만, 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당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자 부인 김 모 씨(고교 미술교사 출신)가 1989년 3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전입했다가 9개월 만에 평창동으로 다시 주소를 옮긴 것이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연관 있을 가능성이 있고, 2013년 전남개발공사가 서울에서 열린 김 씨의 첫 개인전에서 그림 2점을 900만 원에 구입한 점도 한국당이 문제를 삼는 대목이다.

◆‘인사 태풍 피하자’ 保身 모드

한편, 새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고 문재인 캠프에서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공약 입안에 중요한 역할을 한 김상조 교수가 내정됐다. 과연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 교수가 재벌 개혁에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공정위 내부 개혁에도 고삐를 쥘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처럼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후속 조각, 고위공직자 인사로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인 세종청사 공직사회가 새 정부의 깜짝 외부인사 발탁과 실·국장급의 대대적인 물갈이 등에 바짝 신경을 쓰며, 정권교체 과도기를 맞아 몸 낮추기를 통한 ‘보신(保身)’ 모드에 접어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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